나는 정형구 형제에게 한 가지 특정한 제안을 했다. 교도소 안에서 건실하게 노역해 모은 돈과 함께 피해 당사자에게 속죄의 편지를 계속 보낼 것을 권유했다.
사형수 정형구(당시 36세)는 1999년 1월 19일, 동거한 지 7년 만에 결혼식을 올린 뒤, 고운 한복을 입고 신혼여행을 떠난 그랜저 승용차가 먼지를 날리며 자기차를 추월했다는 이유로 엽총으로 신혼부부를 살해한 흉악범이다. 피해자 김우정(28세)씨의 가슴에 엽총 두발을 발사해 사살한 뒤 남편의 병원 이송과 살려 달라 애원하던 부인 장일랑(27세)씨에게 엽총을 발포해 사살한 뒤 강도로 위장하기 위해 승용차 안에 있던 지갑을 꺼내 야산에 던지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미 정형구는 강도, 강간 등 전과 6범이었고 동승자 한준희 역시 전과 5범이었다.
2000년 대법원은 정형구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극단적 우발범행이라 할지라도 범행수법이 잔인하고 천인공노할 만행이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사형제 폐지 헌법소원은 사형수 측에서 제기하는 것인데 피해자나 그 가족들의 입장에서 느끼는 상실감과 무력감, 분노, 배신 감 등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국민의 법 감정과 사회적인 분위기는 매우 부정적이며 냉담할 수 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마음과 국민들의 법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며 국민들께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할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필자는 끝으로 질문을 던졌다. 전혀 생각해서도 안 될 일이지만 만약에 사형수에서 감형되어 가석방 없는 무기수나 혹 출소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남은 생애동안 어떤 인생을 살 계획인가? 한참을 생각한 뒤 입을 열였다. “목사님! 만일 그런 기회가 제게 주어진다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그리스도를 위해 그리스도를 전하는 가치 있는 삶을 살겠습니다.”필자의 고민과 갈등이 깊어졌다. 과연 사형수 정형구는 하나님 앞에서 경건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김성기 목사 <세계로교회>
• 한국교도소선교협의회 대표회장
• 법무부 사)새희망교화센터 이사장
• 대한민국새희망운동본부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