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국토 가꾸기

Google+ LinkedIn Katalk +

국토가 남북으로 갈라지기 전에는 서울사는 사람들이 남쪽 보다는 북쪽을 가야 할 일이 더 많았을 듯하다. 남으로는 대전 거쳐 부산, 대구, 광주, 목포, 여수가 있어 여러가지 사업이 이뤄지지만 그만 바다로 막혀 있는 데 반해 북으로는 개성, 평양, 신의주로 해서, 또 동북으로는 원산, 흥남, 함흥을 지나 중국, 러시아 대륙으로 연결이 되니 아무래도 그쪽으로 왕래가 더 빈번했지 않았을까? 

6.25전쟁 후 70년이 지나는 동안 북쪽 길이 완전히 막혀 있으니 차를 타고 의정부, 동두천, 포천, 철원으로 올라가는 느낌은 뭔가 경부고속도로나 다른 길로 남행하는 경우와 많이 다르고 다소의 긴장감이 따라온다. 그래서인지 학교 동창들의 가을 나들이 장소를 누군가의 추천으로 철원일대로 찍고 사전 답사 차 둘러본 일일 여행이 매우 흥미로웠다. 

지난 2-3년 코로나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보통사람들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가족과 종업원들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온 힘을 다 쏟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들의 생존투쟁을 도와 갖가지 시책을 펼쳤는데 여러 지역에서 눈에 띄는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사업이 관광시설을 확충하는 것이었다. 지방 건설업체들에 일거리를 주고 인력도 활용하면서 자기네 고장으로 여행자들을 불러모으려는 구상이다.

그렇게 해서 곳곳에 출렁다리, 케이블카, 둘레길, ‘올레길’ 같은 시설들이 출현했고 그중 규모가 크고 입지, 경관이 뛰어난 것이 한탄강 주상절리길이라 하겠다. 한반도에 주상절리(柱狀節理 ․columnar joint)라고 불리우는 지질현상은 동해안의 해금강과 제주도 중문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용암이 식으면서 세로로 선 기둥모양으로 굳어진 것인 반면에 한탄강 주상절리는 말하자면 가로로 비스듬히 누워서 특이한 모습이다. 오랜 세월 백두대간에서 흘러내린 물이 아기자기한 협곡을 만들어 내고 오늘의 후손들이 그 한 편 절벽에 잔도를 박아 사람들이 허리를 돌아 걸으며 신비한 경치를 맛보게 했다. 

철원사람들은 더 나아가 한탄강이 감아 돌아가는 땅으로 예전에 기갑부대의 탱크 훈련장이던 수십만 평 부지에 끝이 안보이도록 드넓은 꽃밭을 일구었다. 여기에 코스모스, 맨드라미, 천일홍, 백일홍, 구절초에다 보라빛 은은한 버베나, 억새 등 토종, 외래종의 가을 꽃들을 군락을 지어 심어서 타지역에 흔한 국화축제들과 차별화를 시도하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그 옛날 궁예왕이 석성을 쌓고 은거하던 명성산 정상에 올라 이 찬란한 꽃밭을 거쳐 철원평야를 굽어보는 감격을 상상만 하면서 돌아왔지만 남향길에만 익숙한 여행객들에게 올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꼭 북행에 나서 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내리막으로 가파른 드르니마을 쪽에서 출발해 순담계곡을 향해 걷다가 문득 어찌 그 까다로운 자연보호 운동가들이 당국에서 사업을 벌여 암석을 파 철심을 박고 튼튼한 잔도와 출렁다리 만드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아마도 고장의 발전을 위하는 마음에서 활동을 자제했을까 싶은데, 창조된 대자연에 어느 만큼의 인공이 가해져야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배가된다는 것을 또다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적정한 수준을 찾는 것이 정부당국과 지역사회의 지혜인데 그 좋은 사례를 철원 땅에서 우리는 보고 있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