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전설의 동물 중에 발이 하나밖에 없는 ‘기(夔)’라는 동물이 있었습니다. 이 글자를 옥편에서 찾아보면 ‘외발짐승 기(夔)’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기’라는 동물은 발이 하나밖에 없기에 발이 100여 개나 되는 ‘지네[蚿]’를 몹시도 부러워하였습니다. 그 ‘지네’에게도 가장 부러워하는 동물이 있었는데, 바로 발이 없는 ‘뱀[蛇]’이었습니다. 발이 없어도 잘 가는 뱀이 부러웠던 것입니다. 이런 뱀도 움직이지 않고도 멀리 갈 수 있는 바람[風]을 부러워하였습니다. 그냥 가고 싶은 대로 어디론지 싱싱 불어 가는 ‘바람’이기에 말입니다.
‘바람’에게도 부러워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가만히 있어도 어디든 가는 ‘눈[目]’을 부러워했습니다. ‘눈’에게도 부러워하는 것이 있었는데, 보지 않고도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마음[心]’을 부러워했습니다. 그 마음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습니까? 마음은 의외로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전설상 동물인 외발 달린 ‘기(夔)’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부러워하는 대상이 원점(原點)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자기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하여 가진 상대를 부러워하면서 결국 자신이 가진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사실을 모르는 것이지요.
사람들이 세상을 힘들게 사는 것은 ‘맹목적인 부러움’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상대방의 “지위와 부와 권력”을 부러워하면서 늘 자신을 자책(自責)하기에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부자를 부러워하고, 부자는 권력을 부러워하고, 권력자는 가난하지만 건강하고 화목한 사람을 부러워합니다. 사실인즉, 자기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이 진정한 행복을 얻는 비결일 것입니다.
최근 한 지인이 보내준 카톡 영상 중에 짧은 만화(漫畵)가 있습니다. 첫 번째 화면에 날렵한 스포츠카를 몰고 가는 청년이 머리 위를 떠가는 헬리콥터를 쳐다보며 하는 말: “내게 헬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부러워합니다. 이번에는 차체(車體)가 높고 우람한 바퀴가 달린 오프로드(off-road: 非道路) 자동차를 타고 가는 청년이 말합니다. “내가 스포츠카를 타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에는 새 차를 탄 청년이 말합니다. “내가 오프로드를 타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 장면에서 중고차를 몰고 가는 청년이 등장합니다. “내가 새 차를 타면 얼마나 좋을까!” 이어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청년이 하는 말입니다. “내게 차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시 장면이 바뀌어 길을 걸어가는 청년의 말이 이어집니다. “내게 자전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윌체어(wheel-chair)를 탄 장애인이 말합니다. “내가 마음대로 걸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 순간 전체의 화면이 지워지면서 “지금 내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세요!”라는 자막이 떠오릅니다.
아래의 글은 어느 여학생의 고백입니다. 나는 평소에 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생각하며 남을 부러워했습니다. 예를 들면, 생각하고 행동하는 면이 남을 따라가지 못하였고 일상생활에서 남의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점, 깊은 생각 없이 행동을 해서 후회도 정말 많이 했고 집에서 부모님께, 학교에서는 선생님께 많이 혼나기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를 낳아준 엄마를 원망하고 하나님을 원망하고 나 자신을 원망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턴가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생각해보면서 원망과 불평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신체적인 타고난 조건을 꼽아보았습니다. 눈썹이 진한 것, 머리숱이 많은 것, 머리 뒤통수가 둥근 것, 코가 높은 것, 쌍꺼풀은 없으나 눈이 큰 것, 얼굴이 작은 것, 얼굴형이 달걀 형인 것, 목이 긴 것, 웃음이 예쁜 것, 입술이 작고 도톰한 것, 팔이 긴 것, 키가 평균보다 5cm 큰 것, 날씬한 것, 그리고 피부의 톤이 밝은 쪽에 속하는 것 등등. 그리고 보니 신체적으로 타고난 장점이 많았습니다. 이렇게도 감사할 것이 많았는데 내게 없는 것만을 부러워하고 있었으니, 이건 에너지 낭비요, 시간을 낭비한 셈이지요. 앞으로는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사람이 열등감으로부터 벗어나는 비결은 하늘이 내게 허락하신 귀한 재능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내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곧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는 비법이 되리라 믿습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