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모든 과정을 마치고 성직자가 되어 기도할 때마다 그 자매에게 받아먹은 수제비국이 나의 마음을 억누르고 있고, 기도 때마다 양심의 가책과 아픔을 느끼며 눈물이 내 얼굴을 적시고는 한다. 바울처럼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것이다. ‘그 자매는 지금 살아 있을까? 있다면 어디서 무얼 하며 지낼까?’ 만약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초콜릿과 사탕과 과자보다 100배 더 좋은 것으로 갚아 주고 싶다.
또 하나 나의 마음을 억누르는 아픔이 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갈 계획으로 꿈과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신학교 졸업반 때 모든 과정을 거쳐서 내가 원하는 학교에 입학원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전체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되어 유학이 수포로 돌아갔다. 한 학교에만 지원하지 않고 여러 학교에 입학원서를 냈다면 합격의 가능성이 더 많아졌을 텐데, 오직 한 학교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거기서 떨어지자 모든 것이 끝이었다. 부풀었던 꿈은 풍선처럼 터져 버렸다. 나의 소박하고 단순한 생각이 만든 아픔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었지만, 당시 유학 갈 생각에 일자리를 구해 놓지 못한 나는 하루 세끼 먹기도 힘들 만큼 가난하게 살았다. 거기다 당시에 나는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살았는데 사위로서 두 분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다는 양심의 가책이 늘 마음을 짓눌렀다.
어느 봄날, 배가 고팠던 우리 부부는 주린 배를 붙잡고 점심을 먹기 위해 노점에서 파는 찐빵을 사러 갔다. 그 당시 찐빵 가격은 1개에 3원이었다. 나는 찐빵 4개를 사서 아내와 두 개씩 맹물과 함께 나눠 먹었다. 그런데 평소에는 내 주머니 사정을 잘 알기에 뭘 사 달라고 한 적이 없는 아내가 그날따라 찐빵을 한두 개만 더 사 주면 안 되겠냐고 묻는 것이다. 그것도 미안하다는 말까지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러나 가진 돈이 한 푼도 없었던 나는 더 사 줄 수가 없었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한두 개를 더 먹을 수 없냐고 물었을까? 어쩌면 집에 계신 장모님을 생각하며 미안함을 무릅쓰고 내게 건넨 말은 아니었을까! 그때 팔에 차고 있던 시계라도 맡기고 아내의 부탁을 들어줄걸!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픈 마음, 아쉬운 마음, 측은한 마음이 뒤범벅되어 내 가슴을 억누른다.
오랜 세월이 흘러갔음에도 수제비국만 받아먹고 떠나온 죄책감과 괴로움, 찐빵 한두 개를 더 사 주지 못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기도할 때마다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어쩌면 그때 느낀 양심의 가책 때문에 더 많이 베푸는 인생을 자처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 누구를 만나든 먼저 주고, 많이 주고, 아낌없이 주면서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약속을 잘 지키는 건 기본이다.
매일 새벽, 나는 회개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믿음 안에서 더 이상 후회도 거리낌도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 언젠가 하나님의 심판대에 서는 그날, 그분 앞에 깨끗한 의인으로 서고 싶다. 복음의 아들로, 회복된 양심으로 자유롭고 싶다. 자그마한 죄 하나도 남기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나는 눈물로 참회의 기도를 올린다. 죄를 죄로 깨닫고 회개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이는 회복된 양심이요, 복음의 능력이다.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이 그 능력을 만나고 그 능력 안에서 살기를 기도한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