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을 자세히 정독해보면 두 개의 거대한 ‘신학적 산맥’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신학적 산맥’은 ‘만민주의’요,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중심주의/이스라엘 우월주의’이다. ‘만민주의’(universalism)란 하나님은 창조주로서 만물과 만인을 통치하시고, 그의 사랑과 자비, 은총은 민족과 국가를 초월해 모든 사람에게 미치고, 하나님의 구원 역사(Salvation History)의 대상은 궁극적으로 지상의 온 인류가 된다는 신학이다. “땅과 거기에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가운데에 사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 (시 24:1) “여호와께서는 모든 것을 선대하시며, 그 지으신 모든 것에 긍휼(=자비)을 베푸시는도다.” (시 145:9) 이러한 시편의 말씀은 구약의 ‘만민주의’를 잘 표현한다. 창세기 12장에 하나님께서 아브람(아브라함)을 부르셨을 때, 하나님은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고 선언하셨다.(창 12:3) 하나님의 이 선언의 말씀은 아브라함에게 거듭 반복하셨고(창 18:18, 22:18), 이삭과 야곱에게도 확인하셨다.(창 26:4; 28:14)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셨을 때 이미 ‘땅의 모든 족속에게 복을 주시겠다’는 ‘만민주의’의 원대한 계획이 있으셨던 것이다. 하나님의 이러한 계획은 이사야 19장의 말씀에 잘 드러나고 있다. 하나님은 애굽과 앗수르, 이스라엘 세 나라를 향해서 놀라운 말씀을 하신다.
“내 백성 애굽이여!
내 손으로 지은 앗수르여!
나의 기업(=소유, 유산) 이스라엘이여!
복이 있을지어다.” (사 19:25)
하나님은 애굽을 향해 ‘내 백성’이라고 부르고, 앗수르는 ‘내 손으로 지은 앗수르’라고 말씀하고 있다. ‘내 백성’ ‘내 손으로 지은 백성’이라는 말은 이스라엘 백성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그 말이 애굽과 앗수르에게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도 하나님은 이스라엘과 똑같이 복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신다. 만민주의를 잘 보여주는 말씀이다.
구약의 ‘만민주의’에 따르면, 지상의 모든 민족들, 즉 이방 백성들도 여호와 하나님을 알게 되고, 경배하고 섬기게 될 것이라고 한다.
“말일에 여호와의 성전의 산이 모든 산 꼭대기에 굳게 설 것이요…
만방(all the nations)이 그리로 모여들고
많은 백성(many people)이 (그리로) 가며 이르기를
오라! 우리가 여호와의 산에 오르며 야곱의 하나님의 전에 이르자!
그가(=여호와) 그의 길을 우리에게 가르치실 것이라.
우리가 그 길로 행하리라.” (사 2:23;미 4:12)
지상 만민이 하나님을 섬기고, 그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라는 만민주의를 선언하는 말씀이다. 언제 그런 날이 올 것인가? 히브리 원문에는 같은 단어가 이사야 2:1에는 ‘말일에,’ 미가 4:1에는 ‘끝날에’라고 다르게 번역되었다. 원문의 뜻은 ‘후일에’(in the latter days), ‘장래에’(in days to come)라는 의미이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