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사형폐지의 날’을 맞이하면서 사형폐지의 정당성을 천하에 재천명하고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위헌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하라>는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김제 가족 고정 간첩단’ 사건이 재심을 통해 34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충격적인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나는 이 사건을 “간첩 누명으로 사형을 당한 최을호 씨 가족 이야기”라고 부르고 싶다. 사형제도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치적 이유와 오판에 의한 사형판결과 집행이다. 위의 사건은 정치적 상황을 활용한 고문기술자의 조작으로 사형이 집행된 대표적 사례이다. 1982년 8월 남영동대공분실 이근안과 수사관들이 고문으로 간첩단을 조작하고 서울지검 공안검사 정형근이 동조해서 간첩으로 기소한 사건이다.
재판 내내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라 주장했지만 피고의 울부짖음을 외면한 채 이근안과 정형근의 수사 그대로 판결문에 인용되었다. 세 사람이 형장으로 끌려갔다. 세 사람 모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2017년 6월 29일. 피고인이 없는 슬픈 재심이 열렸다. 최을호 씨 둘째 아들과 최낙전 씨의 아들이 피고인을 대신해 재심 법정에 섰다. “국가가 범한 과오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피고인들은 무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3부(재판장김태업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425호 법정에서 이와 같이 선고했다.
독재권력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형제도를 악용한 사례는 역사에서 무수히 많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사형은 인간 존엄을 짓밟는 관제 살인이자 국가폭력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이후 단 한 건의 사형도 집행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는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2020년 12월 16일 유엔총회본회의에서 ‘사형집행모라토리움결의안’에 최종 찬성했다. 이는 법적사형폐지국으로 발돋움하는 국제적인 선언이다. 사형제도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김성기 목사 <세계로교회>
한국교도소선교협의회 대표회장
법무부 사)새희망교화센터 이사장
대한민국새희망운동본부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