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욕심 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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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골프를 잘 치지는 못하지만 가끔씩 운동삼아 필드에 나가기를 즐긴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 골프 열풍이 다시 불면서 예약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잘 나가지 못하고 있다가 엊그제는 오랜만에 다시 골프장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래간만이라 그런지 공이 잘 맞지 않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 해보아도 영 회복이 안 되던 차에 동반한 친구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네’ 하는 한 마디에 문득 깨달음이 왔다. 과연 그 한마디에 이후 필자의 스윙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사실 이런 경험은 한두 번이 아니다. 골프를 할 때마다 그 한마디를 잊어버렸다가 다시 문득 깨닫기를 반복해 온 것이다. 골프에서 힘 빼기의 중요성은 기초 중의 기초에 속한다. 그런데 늘 잊어버리고 마는 것은 골프 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경험해 본 사실이다. 힘 빼기 삼 년이라는 말이 있다.

이렇게 골프에서 힘 빼기가 중요함에도 잘 되지 않는 것은 바로 욕심 때문이다. 잘 쳐야지 하는 욕심이 앞서면 근육이 긴장하고 몸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방해해 스윙을 망치고 마는 것이다. 

비단 골프뿐 아니라 모든 운동이 다 똑같이 힘 빼기가 기본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서 미술과 음악과 같은 모든 예술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운동과 예술뿐 아니라 인생살이의 모든 것이 다 힘 빼기가 기본이 아닌가 한다. 세상에 억지로 되는 일은 없다. 욕심을 버리고 순리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초보자는 그게 가장 어렵다. 

노자와 장자의 무위자연 사상이 바로 이것을 말하고 있다. 장자 내편 양생주에는 소잡는 백정 포정의 이야기가 나온다. 포정은 소를 해체하는데 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다. 포정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처음 소를 잡을 때는 소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삼 년 뒤에는 소를 보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마음으로 소를 볼 뿐 눈으로 보지 않는다. 감각의 작용을 멈추고 마음 가는 곳을 따라 움직인다. 자연의 결을 따라 틈과 틈을 가르고 그 틈 사이로 칼을 넣어 움직인다. 그래서 힘줄이나 질긴 근육에 칼이 닿는 법이 없다. 솜씨 좋은 백정은 일 년마다 칼을 바꾸지만 나는 십구 년 동안 칼을 바꾼 적이 없어도 항상 숫돌에 새로 간 것과 같다. 소의 뼈마디에는 틈이 있고 이 칼날에는 두께가 없다. 두께가 없으니 마음대로 놀아도 늘 칼이 새것과 같다. 하지만 뼈와 살이 엉긴 곳에 이르면 다루기 어려워 조심한다. 조심하면서 눈은 그곳에 주목하고 동작을 늦추고 칼을 미세하게 움직인다. 그러면 저절로 살과 뼈가 분리되어 후드득 떨어진다. 그렇게 일을 마치면 흡족한 기분으로 칼을 잘 닦아 보관해 둔다.”

이 같은 도의 경지에 이르면 대상을 육안이 아니라 깨끗한 마음의 눈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상대와 내가 일체가 되어 한마음이 된다. 또 두께 없는 칼날이란 사심 없는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욕심 없이 대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그 대상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기독교 사상가인 우찌무라 간조(內村監三)는 욕심을 버리면 하나님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하나님을 알려면 새삼 그 존재의 근거를 찾을 필요가 없다. 하나님을 알려면 행실을 고쳐라. 의(義)를 통감하라. 욕심을 줄이라. 마음을 깨끗이 가지라. 특히 자신을 똑바로 알고 겸손하라. 그러면 하나님은 우리 마음속에 모습을 나타내실 것이다. 하나님은 도덕적으로는 발견할 수 있지만, 지식으로는 발견할 수 없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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