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속에는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던 외국인 이주여성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불리한 이주여성의 신분이었고, 결혼했지만 여러 가지 고난을 경험하는데 하나님은 이들을 보호하시고 위로하시며 인권을 보호하고 있음을 성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이야기가 다말입니다. 다말은 야곱의 넷째 아들 유다의 큰며느리로 등장합니다. 유다는 팔레스타인의 중앙 고원 지대에 있는 ‘아둘람’으로 이주해 정착한 후 가나안 사람 ‘수아’의 딸과 결혼해 엘과 오난과 셀라 등의 세 아들을 낳았습니다. 다말은 유다의 큰 아들 엘과 결혼해 첫째 며느리가 되지만 남편 엘이 하나님 앞에서 악(惡)을 행하여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자녀를 얻지 못한 채로 죽자 엘의 동생이자 유다의 둘째아들인 오난과 결혼하게 됩니다.
고대 근동지역 유목민의 풍습에는 형이 대(代)를 이을 아들을 낳지 못하고서 죽을 경우 동생에게 그 역할을 대신하게 하는 수혼 풍습(levirate marriage)이 있었습니다. 신명기 25장에 의하면, 이 제도의 목적은 자식 없이 불쌍히 죽은 형제의 가문을 일으켜 세우고 그의 가족과 이름을 기억케 하며 보존케 하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하나님의 거룩한 명령이며 대대로 지켜야 할 신성한 법이기도 했습니다. 수혼 풍습에 의해 과부가 된 다말은 끊어진 유다의 혈맥을 잇게 해 인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목적과 뜻을 이루게 한 헌신적이고 지혜로운 여인이었습니다. 성서는 비천하고 연약한 사회적인 지위에서도 생명의 위협을 무릅쓴 채로 가문의 대를 이으려고 노력한 이주여성 다말의 용기와 지혜를 칭찬하고 축복합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는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며 용기를 내어 가정 또는 자녀를 지키려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많습니다. 폭력 피해로 내쫓김을 당한 이주여성들이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권리는 주로 자녀에 대한 친권 또는 양육권, 체류를 보장받기 위한 체류권, 자녀와 함께 거주할 집에 대한 주거권 등입니다. 이는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로서 가정을 지키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당연한 권리이며 차별적인 사회제도나 편견이 아니면 빼앗기지도 않았을 권리입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문화와 언어,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주여성들의 용기를 칭찬하기는 커녕 “외국인에게 아이를 키우게 하면 아이를 데리고 도망갈지 모른다” 등의 인권 침해적인 편견과 불공평한 판결로 이주여성의 모성적인 권리를 차별하고 빼앗으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서의 다말에 대한 기록처럼 이들을 격려하고 인정하는 진실한 사회적인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더불어 사회적 약자들과 소외된 이웃들에게 손을 내밀고 사회의 부조리와 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모두가 존중받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