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구약 만민주의와 룻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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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레헴 사람들은 ‘보아스’가 이방 여인 룻과 결혼할 것을 발표했을 때, 한 목소리로 이들의 결혼을 마음껏 축하하고 축복해준다. 일찍이 야곱의 두 부인 ‘라헬’(과 그의 몸종)과 ‘레아’(와 그의 몸종)가 이스라엘 12지파의 조상이 되는 12아들을 낳아 ‘이스라엘의 집’을 세운 것처럼, 모압 여인 룻이 ‘보아스의 집’을 세우는 여인이 되어달라고 축복했다. 모압 여인 룻을 이스라엘 혈연 안으로 환영해 맞아들인 것이다. 또한, ‘다말’이 유다 지파의 조상 ‘유다’에게 베레스를 낳아주어 유다의 혈통이 끊어지지 않고 번성하게 된 것처럼, 룻도 보아스에게 대를 이을 후사를 낳아줄 것을 기원했다. 이방인 모압 여인과 혼혈결혼, 태어날 혼혈자녀의 출생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나 주저함을 추호도 찾아볼 수 없다.

룻이 아들을 낳자, 베들레헴 여인들은 나오미에게 와서 축하와 축복의 말을 전한다. “이 아이의 이름이 이스라엘 중에 유명하게 되기를 원하노라… (이 아이는) 일곱 아들보다 귀한 네 며느리(=룻을 뜻함)가 낳은 자로다.” (4:14-15) 베들레헴 여인들은 모압 여인 룻을 일곱 아들보다 귀한 며느리라고 극찬을 한다.

룻기는 룻이 ‘모압 여자’라는 것을 8번이나 거듭해서 언급하여, 룻이 이방 여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베들레헴 사람들은 장로들을 포함해서 누구도 룻이 이방인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환영과 축하 일색으로 룻을 이스라엘 공동체로 받아들인다.

룻은 오벳을 낳았고, 룻의 3대 후손으로 다윗이 출생했다. 모압 여인 룻은 다윗 왕의 증조모가 된 것이다. 그리고 마태복음 1장의 예수님의 족보에까지 오르는 영예를 누리게 되었다.

룻기는 부피도 작고, 사사기와 사무엘서 사이에 끼어 큰 주목을 끌지 못하고 간과하기 쉬운 책이다. 그러나 룻기는 구약의 만민주의를 대표하는 대단히 중요한 책이다. 이미 여러 번 언급했지만, 신명기는 암몬 사람과 모압 사람은 이스라엘 백성이 ‘영원히’ 관계를 단절하고 살아야 할 기피 민족으로 규정했다. (신 23:3-6) 느헤미야 총독과 같은 이스라엘의 지도자는 신명기의 말씀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이들 이방 족속과 결혼한 이스라엘 사람들을 구타까지 하며, 이들과 혼혈결혼을 금지했다. (느헤미야 13장) 이러한 극단적 이스라엘 우월주의, 이방인 배타주의와 정반대되는, 이방 족속 포용주의를 보여주는 책이 룻기이다. 구약성경 안에는 이렇게 서로 상치되고 정반대되는 이방 족속 ‘배타주의’(exclusivism)와 이방 족속 ‘포용주의’(inclusivism)가 공존하고 있다. 이방 족속 배타주의는 정통파 유대인(Orthodox Jews)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룻기는 또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그것은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왕, 다윗 왕의 몸에는 모압 족속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은 원래 ‘순혈주의 공동체’가 아니었다. 유다 지파의 조상 ‘유다’는 가나안 여인과 결혼했다. (창 38:2) 요셉은 애굽 여인 아스낫과 결혼해서 므낫세와 에브라임을 낳았고, 이들은 각각 두 지파의 조상들이 되었다. 모세는 미디안 여인 십보라와 결혼했다.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모세도 이방인, 아랍 여인과 결혼한 것이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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