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일본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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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한중일 3국은 수천 년 동안 문화교류를 통해 발전하면서 한편으로는 민족간의 지배욕으로 인해 전쟁을 겪었다. 근세에 들어와 제국주의 일본에 우리나라가 통째로 먹혀 40년간이나 굴종의 세월을 겪었기에 동쪽 바다건너 이웃나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는 아직도 분이 남아있다. 일본과 싸운 충무공 이순신,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는 민족의 최고 영웅이다. 

해방된지 80년이 차 가지만 마음이 풀리지 않는 이유를 따져보면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보상이 없어서 보다 우리가 스스로 독립을 쟁취하지 못하고 남의 덕으로 지배를 벗어난 것이 그 바탕에 있다. 그 아쉬움이 나라안에서 친일, 반일 시비로 표출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다녀오며 우리 돈으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보상을 하겠다고 방침을 내놓자 야당은 물실호기 친일파 정권이라고 극열 공격을 가해오고 있다. ‘을사늑약’이니 ‘이완용’이니 하는 글자가 찍힌 플래카드가 곳곳에 펄럭인다. 

조선중기까지 중국의 영향권아래 있으면서 일본과는 전면전쟁을 하고서도 선린관계를 유지하다가 후기에 이르러 일본이 급속성장을 하는 바람에 국력의 격차가 커져 급기야 식민정복을 당했다. 우리가 남북분단의 역경을 극복하고 경제나 군사면에서 크게 발전해 또다시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될 일은 없게 됐으니 이젠 좀 편안한 자세로 일본을 바라보고 다루면 좋겠는데 좌우 극한 대립의 국내정치가 반일감정이라는 흥분제를 투여하면서 공방을 벌인다.

주일특파원으로 몇해 일하고 돌아오는 언론인들이 “이것이 일본이다”라는 등의 제목으로 책을 내는데 일본사람을 보는 견해가 몇 가지로 집약된다, 즉 좋은 점으로 청결하다, 부지런하다, 배려심이 많다는 것을 말하고는 겉과 속이 다르다, 권위에 쉽게 굴종한다, 모방을 잘한다고 결점을 지적한다. 오랫동안 倭를 矮로 낮춰보다가 근세사에 그들에게 수모를 당한 우리는 일본을 경제, 문화면에서 따라잡고자 애를 쓰다가 이젠 국제사회에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고 산업에서 일본보다 앞선 분야가 여럿이다. 

우리가 일본을 딱하게 여기고 일본사람들 스스로도 속으로 부끄러워하는 것이 정치세습이다. 중의원 여당 자민당의석의 30퍼센트 가까이가 아버지, 할아버지 때부터 차지하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가원수를 제 손으로 뽑아 송두리째 정권교체를 하면서 국가가 돌아가는 그런 흥분을 맛보지 못하고 사는 것이 일본사람들이다. 아무리 처참한 전쟁 막바지였다고 하더라도 자기네 도시 두 곳에다 인류 최초의 원자탄을 투하해 수십만 민간인의 목숨을 단숨에 앗아간 미국을 그들은 가장 가까운 우호친선 동맹국으로 모시고 오늘에 이르렀다.

이런 백성들을 상대로 우리에 대한 강제노역, 종군위안부 동원을 사과하고 배상하라 요구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번에도 윤 대통령이 먼저 국내 자금으로 피해보상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나왔으면 전범기업들을 비롯한 일본 회사들이 너도나도 여기 참여해 얼마씩 돈들을 내면 윤 대통령의 입지도 좋아지고 문제의 해결도 쉬워질 텐데 서로 미적거리고 있는 모습이 안됐다. 과거사 전반에 관하여도 조선에 대한 식민지배와 동아시아 침략전쟁의 과오를 한마디로 잘못됐다 사과하면 될 것을 매번 사전을 들춰서 애매한 문구를 찾느라고 고심하는 속 좁은 모습을 세계에 드러낸다.

한일관계에 하나님은 어느 편이실까? 과거에 관해서는 일본을 못마땅해 하시지만 미래를 향하여는 두 민족이 손잡고 자신의 원대한 계획을 따라오기 원하시리라 믿는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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