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미궁에 빠진 알레포 사본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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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구약성경 히브리 ‘원본’은 남아있는 것이 없다. ‘사본’들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면 히브리 사본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있는 사본은 무엇일까? 정답은 ‘알레포 사본’이다. 이 사본은 ‘사해 사본’과 함께 세계의 보물 중의 보물이다. ‘알레포 사본’은 서기 930년경 이스라엘 갈릴리호숫가의 도시 ‘디베리아’에서 필사된 것으로, ‘모음’자가 첨가된 최고(最古)의 구약 사본이다. 이 사본은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15세기경 시리아의 고도(古都) 알레포로 옮겨와서, 그곳의 유대교 회당에 보전되었었다. 그러다가 1947년 알레포에서 일어난 반(反)유대인 폭동 때 회당은 불에 타 파괴되었고, 소중한 알레포 사본은 유실되고 말았다. 그러나 소실된 줄만 알았던 사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스라엘의 대통령 벤 츠비(Ben Zvi)의 노력으로 1952년 이 귀중한 사본은 이스라엘로 옮겨오게 되었다.

원래 알레포 사본은 모두 491장이었다. 그런데 이스라엘로 돌아온 것은 295장뿐이었다. 사본 전체의 40%에 해당하는 196장이 모자라는 것이다. 사라진 196장은 어떻게 된 것인가! 알레포 유대교 회당이 파괴되는 와중에 소실된 것인가? 그러나 이스라엘로 돌아온 사본에는 불에 탄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알레포 어딘가에 지금도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스라엘에서는 사라진 알레포 사본의 행방에 관한 여러 가지 소문과 낭설이 끊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2010년경, 사람들의 기억 속에 ‘실종된 알레포 사본’이 잊혀가고 있을 때, 사람들의 관심에 다시 불을 붙이는 일이 일어났다. 그것은 이스라엘의 기자가 ‘사라진 알레포 사본’에 관해 쓴 탐사 보도였다. 그의 보도에 따르면, 알레포 사본이 이스라엘로 옮겨왔을 때는 ‘온전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스라엘로 옮겨온 후, 이스라엘 내에서 누군가에 의해서 ‘사라진 부분’이 도난당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세계의 보물을 훔치는 희대의 대담한 범죄가 이스라엘 안에서 일어났을 것이라는 놀라운 기사였다. 그리고 알레포 사본이 소장되어있던 ‘벤 츠비 연구소’의 책임자였던 인물에게 강한 의혹의 눈길을 돌렸다. ‘벤 츠비’ 연구소 소장이었던 인물은, 당시에는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연구소의 소장 시절 연구소 내의 희귀본 도서의 도난 사건에 연루되었던 인물이었다. 이 탐사 보도는 ‘미스터리’에 흥미와 관심이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성향과 맞아떨어졌고, 이스라엘 내에서 큰 반향과 파장을 일으켰다. 기사를 쓴 기자는 자기의 주장의 근거로 두 명의 증언을 제시했다. 첫째는 알레포 유대교 회당 랍비의 증언이다. 그는 사본이 이스라엘로 옮겨가기 직전, ‘온전한’ 상태의 사본을 보았다는 것이다. 다른 한 사람은 사본이 이스라엘로 옮겨갔을 때, 이를 제일 먼저 전달받은 이스라엘의 관리였다. 그도 사본의 ‘온전한’ 상태를 증언했다고 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이들 증언의 신빙성에 지극히 회의적이다.) 그러나 탐사 보도는 강한 의혹만 제기했을 뿐, 이를 증명할 만한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한때 이스라엘을 떠들썩하게 했던 탐사 기사는 ‘태산 명동에 서일필’이 되었고, ‘사라진 알레포 사본의 미스터리’는 70년이 지난 오늘날도 여전히 미궁에 빠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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