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끝없는 동반자 마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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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나는 편한 친구에게 아내를 지칭할 때에 ‘마눌’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고, 전화기에 저장한 이름도 마눌이라고 했다. 젊은 시절을 보냈던 미국에서는 이름 끝 자를 따서 ‘옥’ 혹은 영어로 Ok라고 부르기도 했다. 물론 공통어로 쓰는 ‘여보’라는 호칭을 보편적으로 쓰는 편이기도 하지만, 보통은 교회에서 부여한 권사라는 직책보다는 이름이나 마눌이라고 부르는 것이 친근한 표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마눌의 고등학교 졸업식 날에 꽃 한송이를 들고 참석한 인연으로 대학 4년을 함께 보냈고, 대학 졸업 후에 곧 결혼했으며, 어느덧 금년이 결혼 55주년이 되니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감사할 뿐이다. 그동안 커다란 사고 없이 남들 다 겪는 어려움 정도를 극복하고, 편안하게 지내면서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음이 스스로 생각해도 행운아라고 느끼고 있다. 그러기에 때때로 방송에서 보듯 ‘내세에서 만나신다면 다시 지금의 부인과 결혼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나는 두말 않고 ‘네’라고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는 ‘나는 분명히 수지맞는 결혼을 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결혼 초기에 마눌에게 ‘나는 사회생활에서 그리 능력이 있는 사람은 되지 못한다’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로 인해 초기에는 약간의 괄시를 받았지만, 덕분에 기계치인 나를 제치고 전기기구를 다룬다든가 하는 문제는 전부 마눌이 해결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어 처리되었다. 다만 나는 수월한  일을 찾아 하는 것으로 결정을 보아 지금껏, 알콩달콩 살고 있다. 따라서 나는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마눌을 대하면서 살아왔으니, 우리 부부가 부부싸움이라도 하면 내 잘못이 많기에 일단은 잘못했다고 하면서 용서를 빌고 잠잠해진 후에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분명히 원만하게 해결이 된다는 것을 오랜 기간 생활을 해오면서 터득한 확실한 해결책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이젠 경제적인 활동은 할 수 없지만 노년의 부부로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에 우리 부부의 활동은 교회 모임에 가급적 참여하고 친구들과 때때로 모여 우의(友誼)를 다지고 개인적인 건강을 돌보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대외관계가 원만해서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이 많은 관계로 마눌은 거의 매일 외출을 한다. 이를 언짢아하지 않기에 매일 외출하는 마눌에게 현관에서 “안녕히 다녀오세요”라고 다정하게 인사하는 버릇이 들었다. 이때 ‘언제 들어오십니까, 어디 가십니까 그리고 누구를 만나십니까’를 묻지 않는 것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부부간의 대의라고 믿는다. 또한 이제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 많이 없어졌기에, 자연스럽게 설거지나 쓰레기 치우기 등 청소 같은 집안일을 거들면서 자연스럽게 부부간에 가사분담을 하는 것이 알콩달콩 사는 묘미가 될 수 있다. 그러면 당연하게 필요 없는 불화가 줄어들어 화목한 가정이 될 수 있다.

이런 노년의 부부문제를 따지지 않더라도 마눌은 넉넉한 집안의 딸로 태어나서 경제적인 여유가 없고 형제가 많은 가정의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불평 없이 지금껏 지내주었다. 특히 부족한 남편을 언제나 믿으며 존중해주며, 교회나 사회생활에서 남에게 모범적인 성품으로 앞장 서서 봉사하는 자세를 견지해 왔음을 고맙게 여긴다. 모쪼록 세상 끝날까지 지금의 관계를 잘 이끌어 가기를 바랄 뿐이다. 이렇게 다정한 가족들과 어울려 행복하게 살아가는 축복이 내리는 ‘가정의달’이 서서히 흘러간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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