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힘은 강하다. 햇빛정책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북풍한설로 몰아붙이는 것보다 따뜻한 햇볕으로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행인의 겉옷을 벗기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원리이다. 그 예를 보자. 어느 가난한 목사님이 학교 근처의 지하실에 월세를 내 개척교회를 시작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지하실 예배당 입구 계단에 아침저녁으로 침이 하얗게 깔려있고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이기 시작했다. 목사님은 이상해서 몰래 숨어 지켜보았다. 이웃에 있는 여자 중·고등학교의 이탈 학생인 어린 담배꾼들의 소행이었다. 교회 계단 및 후미진 곳에서 등교 전후, 점심 때, 하교 때, 아주 조용하고 신속하게 떼거리로 몰려와서 담배를 피우고 가는 것이었다. 목사님은 야단칠 생각을 하다가 여학생들을 위해 하나님의 뜻을 찾기로 하였다. 그래서 이것저것 궁리하다가 기도하는 중에 햇빛정책으로 접근하기로 하였다. 그날부터 목사님은 아무 말없이 여학생들 몰래 담배꽁초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어려운 일은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면서 뱉어놓은 침을 닦는 일이었다. “뱉어도 이렇게 많은 침을 뱉을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바닥이 하얗게 침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목사님은 “그래, 이 애들을 교회에 보내주신 분은 하나님이시다”라고 생각했다. 사모님에게 귤 한 박스를 사달라고 부탁했다. 다음 날 귤을 예쁜 접시에 담아 내놓고 옆에다 재떨이 대용품으로 커다란 스텐레스 그릇에 물을 잔잔하게 부어놓았다. 그리고 그 옆에 침 뱉을 때 쓸 두루마리 휴지와 큰 쓰레기통을 갖다 놓고 이런 글을 써붙였다. “여러분 환영합니다. 이 계단에 온 분은 이제 우리 교회 식구들입니다. 편히 쉬었다 가십시오. 이 귤도 여러분 것입니다. 먹고 남은 것은 가져가셔서 친구들과 나눠드세요,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목사가…” 목사님은 사모님에게 계속 먹을 것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사모님은 가난한 지하교회가 무슨 돈이 있느냐고, 그리고 그것을 어디다 쓰려고 하느냐고 불평했지만, 워낙 목사님이 간곡히 부탁하시니 거절할 수가 없어 계속 공급해드렸다. 목사님은 매일매일 과일이나 사탕 등을 계단에 놓아두고 정성스럽게 글도 바꾸어 써서 붙였다.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죠?/시험 잘 보세요/고생 끝에 낙(樂)/오늘은 무척 춥죠?/교회 문 열어 놓았으니 내려와서 커피나 컵라면은 가스렌지를 사용해서 마음껏…/부활절 선물로 계란”/ 크리스마스때는 카드와 선물/친구에게도 전달- 같이 먹기/ 등등이었다. 그러면서도 목사님은 “담배 끊어라”, “침 뱉지 말아라”, “교회 나와라” 같은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짧은 메시지 끝 말에 “하나님의 사랑하는 딸들”, “기말시험에 좋은 성적 내시기를” 식의 격려 메모만 적었다. 이렇게 해서 그해 겨울까지 1년 동안, 특히 졸업 때에는 예쁜 꽃다발을 선물로 준비해두었다. 여학생들도 그때마다 “목사님 감사”, “목사님 짱”, “열심히 공부할께요” 등을 써놓고 갔다. 뿐만 아니라 여학생들이 담배를 재떨이에, 침은 휴지에 싸서 휴지통에 넣고, 계단도 담임목사가 치우는 것보다 더 깨끗이 치우고 갔다. 그러다가 결국 여학생들은 목사님과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되었다. 졸업 직전에 여학생들이 교회에 18억 원의 큰 돈을 헌금했다. 여학생들이 목사님이 너무 고마워서 이 가난한 교회 건축을 위해 기도하며 한 날을 정해 모두 복권을 사고 복권에 당첨되면 하나도 쓰지 않고 모두 교회에 헌금하겠다고 다짐했다. 복권 봉투에 8명의 이름을 써서 당첨된 줄로 믿고 약정헌금을 했다. 그런데 하나님이 도우셨는지 그 봉투 속의 복권 중에서 당첨이 되어 18억 원을 탄 것이다. 졸업 전에 여학생들이 고맙다고 인사를 왔는데 항공사, 백화점 등에 취업한 사람과 대학진학 등 자기 신상을 일일이 알려주고 인사한 후 돌아갔다. 목사님이 알아보니 여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 몇 년 만에 모두 가까운 교회에 나가 주님의 신실한 일꾼으로 잘 섬기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사람은 법이나 원칙보다, 사랑과 은혜에 감동될 때 변화된다. 소리친다고 담배를 끊는게 아니다. 은혜의 힘이 훨씬 더 크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