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과 회개,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개념에 대하여 요즘 백과사전 역할을 하는 챗GPT에 그 차이를 설명해보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답이 금새 컴퓨터에 떠오른다.
“반성과 회개는 관련된 개념이지만, 그들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반성은 과거의 행동이나 행위를 돌아보고 그것이 일으켰던 결과나 영향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분석하고 패턴을 파악하며, 행동이 자신의 가치관이나 목표와 일치하는지 고려합니다. 반성의 목표는 종종 인사이트를 얻고 과거 경험에서 배우며,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회개는 반성을 넘어서, 과거에 해로웠거나 잘못되었던 행동이나 행위에 대한 깊은 후회나 뉘우침을 포함합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 일으켰던 피해를 인정하고, 그 손상을 회복하거나 보상하려고 노력합니다. 회개는 다른 사람들이나 더 높은 권위로부터 사면을 구하거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변화하겠다는 결심을 내리는 것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반성은 과거의 행동과 행위를 분석하는 인지적인 과정이며, 회개는 그러한 행동에 대한 깊은 감정적, 도덕적 반응과 변화에 대한 약속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국제 언어로는 어떤 답이 나오는가 호기심이 생겨 reflection과 repentance가 어떻게 다른가 물으니 위의 우리말 해답과 똑같은 내용이 영어로 찍혔다. 무슨 언어학에 관심이 커서 이런 초보적 연구를 한 것은 아니고 지난 5월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에 맞추어 한일간 과거사에 대한 일본정부의 반성과 사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에서 크게 울려 나왔기에 도대체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따져보는 중에 우선 말의 뜻이라도 살펴보고자 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1박2일 서울을 방문하여 소위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가 12년만에 재개되었는데 그가 양국의 과거사 문제에 대하여 언급한 몇 마디를 두고 국내 각 정파에 따라 반응이 갈렸다. 정부여당 측에서는 과거 한국인이 겪은 고통에 기시다 총리가 ‘가슴 아프다’는 개인적 소회를 표한 것은 그가 종래 수 차례 있었던 일본 정부지도자의 유감표명에 진정성을 더한 것으로 진일보한 자세를 보였다고 인정한 반면에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아무것도 새로이 받아내지 못했다고 평가를 낮췄다. 일본의 현 정부대표로부터 직접적인 반성과 사죄의 표명이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생각해 본다. 반성을 백 번하고 사죄를 천 번 한다고 해도 거기에 진정한 회개가 들어있지 않으면 무의미한 의례에 그치고 마는 것이며 회개는 위에서 본 보편적 의의가 가르치듯 “다른 사람들이나 더 높은 권위로부터 사면을 구하거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변화하겠다는 결심을 내리는 것”에 미치지 못하면 이 또한 하나마나한 의식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므로 회개는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하는 것이 아니면 그것을 회개라고, 참회라고 부를 수 없다. 일본 사람들이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죄악을 그들이 받드는 어떤 절대적 권위 앞에 회개할까?
그래서 이 나라 시민운동가나 정치인들이 거듭거듭 일본 정부지도자의 반성과 사죄를 요구하는 것이 어리석게만 들린다. 그네의 외침은 일본 사람들을 향한 것이라기보다 거꾸로 우리 국민들에게 내가 이처럼 애국하는 사람임을 알아 달라는 호소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김명식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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