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에 따르면 야곱과 에서는 이삭과 리브가 사이에서 쌍둥이로 태어났다. 야곱은 하나님께서 택한 백성 이스라엘의 조상이 되었고, 에서는 택함을 받지 못한 ‘에돔’의 조상이 되었다. 에서는 가나안 땅을 떠나 ‘세일 산’ 지역으로 이주하였고 ‘세일 산’ 지역은 ‘에돔’ 땅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구약의 예언자들은 모두가 에돔에 대해 징벌과 심판의 말씀을 전했고, 예언자 말라기는 하나님은 “야곱을 사랑하셨고, 에서는 미워하셨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말 1:2-3) 하나님께서 왜 야곱(=이스라엘)을 택하시고 에서(=에돔)를 미워하셨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예언자 이사야가 말씀하신 대로 질그릇 조각 같은 인간이 토기장이 하나님을 향해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놀랄만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구약시대 위대한 신앙의 위인이 에돔 지역에서 배출되었다는 사실이다. 욥기의 주인공 욥은 에돔 사람이다. 욥기가 시작되는 첫 마디에 이 사실을 분명하게 명기했다. “우스 땅에 욥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었다.” ‘우스’는 에돔에 있는 지명이다.(애 4:21) 욥은 ‘우스’ 출신, 에돔 사람, 이방인이다. 욥기는 욥을 이렇게 평가했다. “(욥은)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이다.”(욥 1:1) 하나님의 평가는 이보다도 한층 높다. “그와같이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는 세상에 없느니라.”(1:8) 극찬 중의 최고의 극찬이다. 아브라함도 모세도 다윗도 듣지 못한 극찬의 말씀을 하나님은 이방인 에돔 사람 욥에게 하신 것이다.
욥의 세 친구들, ‘데만’ 사람 엘리바스, ‘수아’ 사람 빌닷, ‘나아마’ 사람 소발은 모두 이방인들이다. ‘데만’은 구약에 자주 등장하는 에돔 지역의 지명이다. ‘수아’와 ‘나아마’는 오늘날 확인되지 않은 미확인 지명이지만, 에돔이나 아라비아 지역의 지명으로 추정된다. 분명한 것은 이들은 이스라엘의 지명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욥의 세 친구들도 이방인들이다. 그러기에 세 친구들은 한 번도 하나님을 ‘여호와’라고 호칭하지 않았다. 이방인들로서 이스라엘의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 ‘여호와’를 알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욥은 에돔 사람이었으나 놀랍게도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신앙을 갖고 있었다. 욥에게 시련이 닥쳐와 그의 모든 소유와 10자녀를 잃게 되었을 때, 욥은 땅에 엎드려 예배하며 고백했다.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1:21) 놀라운 신앙고백이다. 에돔 사람 욥이 수난의 시간에 ‘여호와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은 욥과 대화도 하신다. “여호와께서 폭풍 가운데에서 욥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38:17) “여호와께서 또 욥에게 일러 말씀하시되”(40:1) “욥이 여호와께 대답하여 이르되”(40:3; 42:1) 욥이 세 친구들을 위하여 번제를 드렸을 때, 여호와께서 욥을 기쁘게 받으셨다.(42:9) 그리고 욥의 곤경을 돌이키시고 욥에게 이전 소유보다 갑절이나 주셨다.(42:10) 욥기는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신앙은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였던 에돔 사람에게도 활짝 열려져 있음을 보여준다. 즉 욥기는 구약의 ‘만민주의’를 대표하는 소중한 책이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