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출애굽을 위해 모세를 택하여 바로에게 보내기로 하셨습니다. 그런데 모세는 바로를 설득시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해 내려면 남을 감동시킬 만한 유창한 언변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합니다. 고대의 왕자는 모든 학문을 다 배우되 특별히 논리학, 법률학, 웅변술을 배워야 합니다. 백성들을 재판하고 격려하며 신하들과 논쟁할 일이 많았기에 모세 역시 왕실에서 이러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성서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 하고 있습니다. “모세가 애굽 사람의 학술을 다 배워 그 말과 행사가 능하더라.”(행 7:22) 모세는 웅변가였음이 틀림없는데 스스로를 눌변(訥辯)이며, 모자라다 생각했습니다.
모세에게는 말로 실패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었습니다. 모세가 히브리 사람의 싸움을 말리려 시도했습니다. 그른 자를 말로서 야단쳤습니다. 누가 그른지 법률적 논리와 함께 웅변술을 동원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모세의 중재는 실패했고 마음에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뼈아픈 기억이 있는 모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계속 거부하며 말합니다. “주여, 나는 본래 말을 잘 못합니다. 말이 느리고 혀가 둔한 자 입니다.” 그때 하나님이 “누가 벙어리나 귀머거리나 눈 밝은 자나 소경이 되게 하겠느냐? 나 여호와가 아니냐?”라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요점은 말이 둔해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세는 계속하여 거부하였고 결국 하나님은 노를 발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네 형 레위 사람 아론이 너희와 함께 할 것이며 나도 함께 해 너희가 할 일을 가르쳐 줄 것이다.” 모세의 주저하는 모습에 형 아론을 대변자로 세워주겠다는 약속을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도울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사람으로 아론을 선택하셨습니다. 모세가 택한 동역자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붙여주신 대변인입니다. 아론은 모세의 곁에서 충성한 사람이었습니다. 모든 영광은 모세에게 돌아갔고 아론은 섬기는 자리에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의견을 대변하여 바로에게 전하는 일에는 아론이 쓰임을 받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설득하고 군중을 통솔하며 큰 일을 설명할 때에는 아론을 대변인으로 세워 모세를 돕게 했습니다. 모세를 도와 그를 대변하고 섬기는 일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갔습니다. 대변인은 자기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뜻을 전달하고 대변하는 일에만 전심을 다하면 됩니다. 하나님의 대변인으로 세움 받은 목사 역시, 오직 말씀만을 전해야 합니다. 자기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전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디아코니아입니다. 아론과 같이 자기를 세우신 분의 뜻을 정확히 알고 그 사명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기 바랍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