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타인에 대한 好惡가 무뎌지게 마련이라는데 어인 까닭인지 요즘 미운 사람들이 많아져서 야단났다. 대체로 정치인이라는 부류에 속하는 인물들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직접 만나고 말이라도 나눠본 사람은 거의 없고 이들에 대한 인상은 모두 갖가지 대중매체들이 전하는 것에서 나온 결과임을 깨닫고 반성도 해본다. 더욱이 신앙을 가진 사람이 원수도 사랑하기를 기도해야 함에도 특정인에 대한 미움을 떨어버리지 못하는 건 분명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가하면 근자에 좋아진 사람들, 예컨대 배우 엄정화와 손석구가 있다. 한동안은 『극한직업』에 나온 이하늬가 좋았는데 결혼하고나서 활동이 줄고 『닥터 차정숙』 후로 엄정화의 팬이 되었다. 50을 넘기고도 싱글인 이 아담하게 생긴 여인은 첫째로 영롱한 눈빛이 신비하기까지 하다. 대학생들 축제에 가서는 발군의 춤과 노래 실력을 과시하는데 전체적으로 착한 성품을 감추지 못한다. 손석구의 눈은 가로로 짝 째진 것이 동아시아인의 전형인데 그런 눈으로 이 친구는 온갖 캐릭터를 연출한다, 조용한 형사에서 사람 잡는 악당까지.
좋아하는 배우들을 소개하는 것은, 싫은 사람들을 거론하려니 나에게도 좋은 사람들이 있고 내가 마냥 厭人症, 嫌人症에 걸려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미리 알리고 싶어서다. 나의 혐오 리스트에는 초선 국회의원 몇 사람이 서로 앞자리를 다투는데 누가 더 밉고 누가 덜 한지 막상막하다. 군이나 법조계, 언론계 출신으로 비례대표 제도덕에 국회의석을 딴 사람들과 지역구에서 뽑힌 사람들이 섞였는데 이들이 마이크를 잡으면 우선 어떤 무논리, 무의미에 무식한 말이 튀어나올까 조마조마하다가 발언을 끝내면 일순간 대한민국 국회가 부끄러워진다.
5선관록이 무색한 황당 루머 전문가에다 초선이면서 오직 악담과 억지주장으로 명성을 얻은 사람이 있고 국회본회의장 맨 뒤 관례적으로 당대표나 중진석에게 배정된 자리에 앉아 항시 무기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지도급 인물도 있다. 국민의힘 쪽에도 불쌍한 영혼들이 있음을 말하는 것은 여야를 놓고 기계적 중립을 취하려는 뜻이 전혀 아니다. 2021년말 야당 대선후보경선에 나섰던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권 밖에서 솟아올라와 당선된데 대해 시기심이 일지 않을 수 없겠지만 새 지도자가 첫해 동안에 이런저런 실수를 저지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헐뜯고 달려드는 모습은 저희들의 좁은 그릇만 내보일 뿐이다.
미운 사람들이 수두룩한 중에 그래도 위안이 되는 인물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아버지에 관련된 사안으로 국회의원직을 걷어차버린 여성 의원, 시대전환이라는 특이한 그룹을 대표하여 그 이름에 담긴 뜻을 구현하려 애쓰는 초선 의원 그리고 여당의 젊은 원외 최고위원– 이 사람들이 정치의 망국적 행태를 하나하나 짚어 가는데 버릴 말이 하나도 없다. 한때 사라졌다가 요즘 여기저기 나와 ‘날 좀 봐주오’하는 전직 장관들도 여기 거명해야만 하겠다. 혐오 리스트에라도 올려주지 않으면 섭섭해할 분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명단이 순전히 혼자만의 편견의 소산이고 이들의 언행이 변하고 내 생각도 바뀔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 문제가 있다. 미운 사람들의 영혼의 치유를 위해 먼저 기도해야 할까, 그에 앞서 내 미움에 대한 회개의 기도를 먼저 드려야 할까.
김명식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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