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진실이 없다. 사람들이 서로 웃고 살지만 진실한 인간관계는 찾아볼 수 없다. 누구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살 수가 없는 세상이다. 들려오는 말과 상대방의 의도를 재고 따져봐야 손해 보지 않고 살 수 있다. 심지어는 부모가 자식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없고 자식의 효도 뒤에 숨은 의도를 파악하지 않으면 평생 모은 전 재산도 잃어버릴 수가 있다.
그런가 하면 이 세상에는 순수함이 없다. 어린아이 같은 동심의 세계는 먼 추억 속에 묻혀버렸다. 아니 요즘은 어린아이들도 순수하지 못하다. 어떤 아이가 아빠와 같이 길을 가다가 비온 뒤의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를 보고 물었다. “아빠, 저건 무슨 선전이야?” 물질문명에 오염된 인간은 자연의 현상도 순수하게 보는 눈을 잃어버린 것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도와주려 해도 불순한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욕심과 경쟁심으로 혼탁해진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고 돌아갈 순수의 고향이 없는 것이 오늘날 인간의 비극이다.
또한 이 세상에는 신령한 것이 없다. 육적인 것이 영적인 것을 몰아내고 세상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향락과 범죄와 술과 도박과 마약과 섹스와 동성애 같은 것들의 기세가 점점 드세지고 있으며 신령한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예술이라는 명분아래서 아름다운 윤리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가면을 쓰고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있다. 언론과 방송이 돈벌이와 시청률 때문에 매달리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드라마와 뉴스에 대한 반성이 없다.
세상이 점점 더 어둠의 세력으로 뒤덮이고 타락해가고 있음을 누구나 감지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인류는 빙산을 만난 타이타닉 호처럼 속수무책으로 앞날을 걱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이 역사 이래로 논쟁하고 주장하던 철학과 사상으로는 인류를 구원할 수 없을 것 같다. 인간이 2천 년을 쌓아온 각 분야의 지식을 총망라한다 해도 쓰러져가는 인간의 병든 상태를 치료할 수 없을 것 같다. 현대 사회가 자랑하는 과학으로도 병든 인간성을 회복할 수 없다. 인류의 파멸은 정치나 교육으로도 풀 수가 없다. 이 판국에 인류가 가진 재물이 무슨 쓸데가 있는가? 인간의 경험은 얼마나 초라한 유산이란 말인가? 인간세계의 구원이 하나님 손에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지혜요, 여호와를 경외함이 지식의 근본이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