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춘원을 배제하고 한국 현대문학과 현대문화를 논의할 수 없으며, 그가 남긴 문학적 유산들을 친일이라는 이름으로 폄하하는 것은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문학 연구에 정치적인 논리나 진영 논리가 개입하면 객관적인 연구가 진척될 수 없다고도 했다.
‘공과 사를 분명히 가리고 논의 자체를 논리적이고 이지적으로 전개해야 재론의 여지가 생기지 않는다’라고 춘원학회는 분명하게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 한일 관계가 첨예하게 대두되고 있는 이때에, 이 나라에 이런 정도를 걷는 멋있는 학술단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또 춘원연구학회는 이번 춘원이광수전집을 발간하면서 춘원이 ‘무정’, ‘재생’, ‘흙’, ‘유정’, ‘사랑’ 등으로 연결되는 본격 장편소설은 한국 현대소설의 제1형식을 창출한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매일신보,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의 한글신문과 ‘조선문단’, ‘동광’ 등의 한글잡지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문필 활동을 펼침으로써 춘원은 문명, 현대 ‘한국어 문학’의 전통을 수립하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라고 자평했다.
또 나아가 춘원은 ‘마의태자’, ‘이차돈의 사’, ‘단종애사’, ‘이순신’, ‘세종대황’, ‘원효대사’, ‘사랑의 동명왕’ 등 삼국시대로부터 조선왕조에 이르는 시대적 사건과 인물을 소설화함으로써, 민족적 위기의 일제강점기에 역사의 기억을 소설의 장에 옮겨 민족적 ‘자아’를 보존하고자 했던 당시의 춘원의 마음을 높이 사기도 했다.
요컨대, 춘원은 한국 현대소설의 성립을 증명한 ‘무정’의 작가요, 도산 안창호의 유정 세계의 꿈을 이어받은 사사가요, 2.8 유학생 독립선언을 주도하고 상해로 망명, 임시정부에 가담한 민족운동가요, 민족적 ‘저항’과 ‘대일협력’의 간극 사이에서 파란만장하고도 처절한 생애를 열심히 살아간, 험난한 시대의 산증인이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실로 당연한 일이며 이번 이 일은 춘원 문학 연구에 있어, 하나의 빛나는 금자탑임에는 틀림이 없다.
계속되는 노력으로 이 나라 춘원연구학회가 앞으로 더욱 크게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고래(whale)의 꿈
춘원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대서양에서 보는 ‘고래(whale)’라고…. 고래하면 월간중앙(2014. 11. 30) 시사매거진, ‘사람과 사람에서’가 떠오른다. 어느 기자는 ‘고래이야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대서양에서 바라보는 고래는 참 아름답다. 고래를 보면 웅창하고도 신비하며 아름답고도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한층 더 빠져 들어가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고래의 매력은 단지 크다는 것 하나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고래는 사람들에게 뭔가 특별한 쇼를 보여주지 않는다.
인간이 무섭다고 바닷속으로 도망치거나, 달려들지도 않는다. 평소처럼 바다를 유유히 가로지르며, 물고기나 새우 같은 먹잇감을 잡을 뿐이다.
거기다 15분마다 뿜어대는 ‘호흡분수’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마치 태풍이 불 때의 바람소리를 연상케 한다. 지느러미가 바닷물에 부딪칠 때 내는 소리는 인생에서 잘못된 그 무언가를 꾸짖기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채수정
(본명 채학철 장로)
–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