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미학] 오징어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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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는 기가 찼다. 아무리 군대라고는 하지만 무조건 내일 아침 점호 때까지 쥐 한 마리씩을 잡아서 꼬리만 갖고 집합을 하라니 이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당초 그럴 작정이라면 일찍이나 말을 할 것이지 해가 져서 어두워져가는 이때에 집합을 시켜서 명령을 하다니 정말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우리 내무반 인원이 60명을 넘는데 그렇다면 최소한 쥐가 60마리는 넘게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닌가!’

다시금 창수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하긴 쥐가 많기는 했다. 눈길이 닿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쥐가 우글거리고 있었다. 식당, 화장실, 심지어 내무반 안까지 쥐가 없는 곳이 없었다.

“얘! 덕수야 넌 어떻게 할래?”

“글쎄 말이야. 지금 생각중이야.”

명령이 떨어진 지가 두 시간이 넘었는데 아직도 생각중이라면 그건 방법이 없다는 말이나 다를 게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어쨌든 각자가 알아서 요령껏 하는 거야. 군대란 요령인 거야 알겠어?”

못 알아 들을 얘기도 아닌데 무얼 알아 들었느냐는 것인지… 하여간 다른 일 같았으면 이마를 맞대고 이러쿵 저러쿵 의논을 했을 것인데 이 쥐 잡는 건에 한해서만은 마치 무슨 큰 비밀이라도 되는 듯이 입을 꼭 다물고 눈치만 살피고 있으니 참으로 인심이 야박하기만 했다.

‘어떻게 해야 쥐를 잡는다?’

창수의 작전은 이러했다. 새벽 두시부터 세시까지가 불침번이기 때문에 이 시간을 이용해서 신문지를 고깔모양으로 만들어 그 속에다가 밥 덩어리를 넣고 쥐가 가장 잘 다니는 관물통 뒤 구석에다가 놓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때가 되면 살금살금 나타나 사방을 둘러보고 나서 고깔 속으로 들어갈 것이고 바로 그 순간에 쳐들고 서있던 발로 꽉 밟는다는게 장고(長考) 끝에 얻어낸 기발한 아이디어인 것이다. 그러나 만사는 허사로 돌아갔다. 쥐가 미리 눈치를 챘는지 전연 얼씬도 하지를 않았다.

드디어 아침 점호 시간이 되었다. 방 대위가 야구방망이를 들고 나타났다.

“자! 명령대로 이행했는지 지금부터 본관이 검사를 하겠다. 먼저 쥐를 잡지 못한 후보생들은 뛰어 나와 일렬횡대로 서!” 구대장 호령에 50명이 넘는 장교후보생들이 뛰어나와 줄을 섰다.

“엎드려 부쳐!” 퍽! 퍽! 새벽부터 한 대씩 개시로 엉덩이를 맞았다.

“다음은 쥐를 잡은 후보생들 나와서 일렬종대로!”

기다렸다는 듯이 7명의 장교후보생들이 뛰어 나왔다. 그중에 덕수가 끼어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창수는 덕수가 무척이나 부러웠다. 방 대위는 들고 나온 쥐꼬리를 한 사람 한 사람씩 자세히 검사를 하며 두 패로 갈라 세웠다.

“우측 후보생들은 쥐를 잡느라고 수고가 많았다. 제자리로 돌아가!”

덕수는 멀쑥이 서 있었다. 창수는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머리를 갸웃했다.

“엎드려 부쳐!!” 벼락치듯 방 대위의 목소리가 떨어졌다.

“이놈들아! 구대장을 감히 속여? 시멘트 바닥에다 밟아 부빈다고 오징어다리가 쥐꼬리 되나!!”

퍽! 퍽! 엉덩이 맞는 소리가 신음소리와 함께 아침공기를 뒤흔들었다.

‘못 잡으면 못 잡은 대로 한 대나 맞을 것이지 오징어다리를 쥐꼬리라 속여 열 대씩이나 맞다니!’ 창수는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었다.

원익환 장로

<남가좌교회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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