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보이스 타운 <3> 크리스챤 신문 및 대광학교 ②
아주 풍부한 낭만성을 지닌 분
생전에 5권의 동화집 발간해
동화, 어디서 읽어도 교훈적 내용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동화 씀
“황 목사, 그는 정말 분주한 사람이었습니다. 불우한 이웃을 위해서 양말 모으기, 고무신 모으기, 노인 안경 사주기… 또한 그는 가장 풍부한 낭만성을 지닌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예동화에 강소천이 있다면, 구연동화에 황광은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같은 ‘해바라기회’ 멤버였던 아동문학가 유영희 장로의 말이다. 아동문학가로서의 황광은 목사에 대한 평가 작업은 아직 활발히 전개되지 못한 느낌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앞으로 황 목사에 대한 평가가 새로워질 것을 의심치 않는다. 왜냐하면 그의 동화는 모두 한결같이 구연동화였기에 그 당시에는 문예동화만큼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날로 매스 미디어가 발달되어 가는 시대이기에 그의 아동문학가로서의 위치는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생전에 다섯 권의 동화집을 냈다. <날아가는 새 구두>, <노래하는 섬>, <호루라기 부는 소년>, <춤추는 열두 공주>, <숲속의 할머니>가 그것들이다. 그리고 작고한 뒤인 1971년 1월 15일자로 그의 유작 동화들이 기독교 어린이 문화관(대표 안성진)에 의해 ‘개미나라 만세’라는 제목으로 묶여져 나왔다. 또한 1975년 7월 황 목사 별세 5주기를 기념해 역시 안성진 목사가 <황광은 동화집>을 펴냈다.
이 무렵 극작가 이반(李盤) 교수는 어느 주간 신문에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했다. 그 글에서도 황 목사의 인품과 그의 문학세계를 찾아볼 수 있다.
아이들의 동무, 고아들의 형님, 목회자의 벗, 가난한 자의 이웃 황광은 목사님이 가신 지 8개월 만에 사랑의 동화집 <개미나라 만세>가 나왔다. 진리의 신을 신고 성실의 허리끈을 매고 사랑의 춤을 추며 사시던 황광은 목사님의 동화집 <개미나라 만세>에는 ‘하나님은 사랑하신다’ 외에 27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다.
이 동화들은 황광은 목사님이 평소 어린이들을 위해 쓰신 작품들인데, 잡지에 발표됐던 것도 있고 새로 써두었던 유고도 몇 편 있다.
황 목사님을 아끼시던 분들이 황 목사님을 추모하는 뜻에서 출판한 것인데, 황 목사님의 미망인 김유선 여사가 책으로 해서 생기는 수입을 목사님이 하시고 싶었던 사업에 사용하겠다고 했다. 그 사업이란 불우 소년을 위한 장학기금을 세우는 일과 그의 기독교 문화사업이다.
책이 나오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신 분은 강신명, 김동수, 김정순, 이연호, 김치묵, 김치복, 노홍섭, 전택보, 박재훈, 성갑식, 오기선, 채기은, 유영희, 이귀선, 이봉수, 한영선, 이창로, 장윤철, 조덕현, 조선출, 최태섭, 한경직, 한태동, 홍동근 목사님 등이고, 편집 실무는 이주연, 김희보, 필자 이렇게 세 사람이 맡았다. 여기에 이분들의 성함을 다 밝히는 뜻은 황광은 목사님은 이렇게 많은 분들과 넓게 깊게 친교를 나누었다는 뜻이다.
순수 동화는 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황광은 목사님의 동화는 일종의 교육동화로서 ‘설교를 위한 문학’이기 때문에 문학적 가치가 높지 않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황광은 목사님의 동화는 설교를 위해서만 쓰여진 동화가 아니다. 그의 작품은 언제 어디서 읽어도 교훈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황광은 목사님의 동화들은 우리가 이제까지 읽어 온 교육을 목적으로 쓰여진 동화와는 다른 데가 있다.
필자는 동화를 쓰는 작가들의 마음자세를 세 가지로 생각한다.
순수문학을 위해 쓰는 작가가 그 첫째고, 설교하기 위해 쓰는 사람이 둘째고, 사랑으로 쓰는 사람이 마지막인데, 황광은 목사님의 경우는 마지막에 속한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또 아끼고 그들과 친하고 그들과 뒹굴다 보면 그들의 정신세계가 메말라 있음을 느낀다. 황광은 목사님은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꿈을 주지 않고는 배기지 못했기 때문에 동화를 쓰셨다. 목사님의 마음속엔 사랑이 가득 차서 그 사랑하는 마음으로 동화를 쓰지 않고는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일제 말과 8‧15의 혼란 그리고 6‧25사변의 참담한 철조망 가에서 황광은 목사님과 같이 사랑으로 동화를 쓰는 분이 없었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목사이면서 연극인이요 청년 운동가요 작가인 황 목사님의 동화집 출간은 정말 뜻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월 YMCA에서 있은 NCC 신년 시무식 때 시인 김원식 형이 “아, 저 사람들 속에서 황광은 목사님이 나오실 것 같다”고 말했다. 콧등이 시큰해 그 자리에 더 머물러 있지 못하고 허물어져 가는 종로 2가 기독교서회 건물이 보이는 복도로 나왔다.
황광은 목사님은 가셨지만 목사님이 사랑하시던 어린이를 위해 동화집이 나왔다. 이 동화집 <개미나라 만세>는 우리 속에 영원히 목사님이 살아계심을 증명할 것이다.
끝으로 책에서 나온 모든 수입을 불우 아동을 위한 장학기금으로 쓰게 하신 미망인 김유선 여사에게 우리들은 모두 감사를 드려야 될 것이다.
‘크리스챤’ 신문 창간
문학가로서의 황광은 목사의 면모에 관해서 이반은 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다음 글은 황 목사의 1주기인 1971년 7월에 역시 어느 주간 신문에 기고한 것이다.
아이들의 잡지 <새벗>이 경영난으로 정간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새벗>이 정간된다는 소문을 듣고 이곳저곳에서 <새벗>을 맡아 발간해 보겠다는 사람이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특히 정기간행물을 발간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인 손실은 으레 따르는 것이고, 그것이 어린이 잡지일 경우 어린이를 사랑하는 사명감이 없으면 절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새벗>의 운명이 이렇게 정간되어 가고 있는 이 즈음 편집장 이주연 형과 만나면 항상 되풀이하는 말이 있다. 다방 구석에서, 또는 노상에서 또는 어느 지붕 위에서 코카콜라 병마개를 빨아가며 하는 말이 있다.
김희보 목사
· ‘人間 황광은’ 저자
· 전 장신대 학장
· 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