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경험적 자료를 토대로 사형이 살인 범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자. 또한 사형이 흉악범죄를 억제하는지, 아니면 사형이 반대로 흉악범죄를 유발하는지, 아니면 아무런 효과를 가지지 않는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사형과 살인율이 단순한 인과과정에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외국에서도 사형의 효과에 대한 서로 다른 연구 결과들이 도출되는 것은 사형과 살인 범죄율의 관계를 왜곡하는 요인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요인으로 한 사회가 이룬 민주주의의 정도에 주목해야 한다. 독재국가에서 사형은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기에 정치적 민주주의의 정도에 따라서 사형이 살인 범죄율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87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민주화의 계기를 마련하였으므로 1987년 전과 후의 사형의 효과에 대해 비교하는 것이 매우 적절하다. 사형제도 존치에 찬성하는 쪽이나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쪽이나 모두 사형의 억제 효과에 대해 나름대로 유리한 연구 결과와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사형의 억제 효과에 대해 상반된 근거가 제시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사형의 효과를 제대로 측정해서 보여준다는 것이 쉽지 않으며, 또한 지역적으로도 다른 효과가 나올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내에 사형의 효과에 대한 기존의 경험적 연구 결과가 없는 현실에서, 사형의 효과에 대해 경험적 자료를 통해 보여주는 것은 실로 의미심장하다고 할 것이다.
민주화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한국의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사형의 효과는 시대와 공간에 따라서 상이할 것이다. 사형의 중요한 한 형태인 사상과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형되는 경우와 흉악범죄로 인하여 사형되는 경우는 이것을 지켜보는 대중에게 있어서 매우 다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다시 말해 정치범과 사상범에 대한 사형이 많았던 민주화 이전 시기에는 국가에 의한 사형은 잔인한 범죄를 더욱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가졌을 것이며, 민주화가 된 이후에는 주로 흉악범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었는데 아쉽게도 잔인하고 흉악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범죄억제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김성기 목사 <세계로교회>
한국교도소선교협의회 대표회장
법무부 사)새희망교화센터 이사장
대한민국새희망운동본부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