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추수감사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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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기독교인에게 있어 첫 번째 덕목이 감사의 생활화라고 하면 적절한 말이 되려나? 노년에 접어든 후에야 어느 날 갑자기 가슴에서 밀고 올라오는 감사를 주체할 길 없어 사람들이 흉을 보거나 말거나 매사에 감사를 그때 그때 쏟아냈던 기억이 새롭다. 그것도 좋은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죽을지도 모른다는 혼자 생각에 시달리다가 할 수 없이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대에 오른 후의 일이다. 

그때의 솔직한 심경은 수술 받다가 죽어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온통 나를 휩싸고 있었고 끊임없는 감사의 발설이었다. 주신 분이니 뜻대로 하옵소서, 오늘까지 많이 누리며 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수술 중에 거두어 가신다면 고통 없이 가게 하시니 감사하옵고 살려 주신다면 연장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젊은 날 힘 있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때 이런 복을 좀 주셨으면 얼마나 생산적인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을까 싶으니 미련했던 젊은 날이 원통하기 그지없다. 

고민거리는 어차피 시간이 해결할 문제인 것들이 대부분인데 그때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를 할 줄 몰라서 끌탕을 하며 허비한 시간들, 얼마나 많은 낭비였던가? 사람 고쳐지지 않는데 한 방 쓰는 사람의 잘못된 판단을 바꿔보겠다고 밤새워 싸우던 어리석음은 도가 여러 번 넘기도 했다. 어찌 나만의 일이랴.

11월이면 교회들이 추수감사예배를 드리느라 즐겁다. 한 해 동안 내가 거둔 추수를 헤아려본다. 

하나씩 그것을 거두게 된 경위를 살펴본다. 내 힘으로 된 것은 하나도 없다. 하나님의 보살핌이 아니셨으면 나는 빈 손이었을 것을 하나님은 아무 공로 없고 게으르기만 한 나를 가엾이 보시고 그래도 손에 무엇인가를 쥐게 해 주셨다. 

그 중에 으뜸은 아이들의 성취와 성장이다. 하나님 보살핌이 아니면 그 아이들이 어찌 그리 할 수 있었겠는가?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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