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잘 정돈된 화단에 정원수 밑으로 여러 꽃들이 심겨져 있다. 손 하나 까딱 안하고 있어도 관리실에서 잘 가꾸어 주니까 항상 아름다운 정원을 끼고 살 수가 있다. 출근하는 젊은이들 틈에 끼어 걸음을 옮긴다. 바쁜 걸음으로 지나쳐 가고 걸음이 느린 나만 천천히 걷는다. 저만치 앞에서 웬 아낙이 화단에 엎드려 무언가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아주 작은 들국화 모양의 하얀 꽃을 꺾어서 손에 한 아름 쥐어나가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저걸 왜 저렇게 마구 꺾지? 하는 소리가 목을 밀고 올라오다가 목젖에 걸렸다. 계속 똑똑 꺾어 쥔다. 어머 어머 하는 소리가 입안에 맴돌며 자연스레 걸음은 멈춰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뒤꼭지가 뜨거웠는지 흘낏 뒤를 돌아보더니 모른 척하고 계속 꺾는다. 그 작은 꽃을 한 아름 가슴 가득 안고서 허리를 펴더니 다시 흘낏 쳐다보고는 멋쩍게 웃는 둥 마는 둥 어색한 표정을 짓더니 잽싸게 달아나듯 걸음을 옮긴다.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일말의 양심이 있기는 한가보다는 생각이 들자 더 만감이 교차한다. 부지런히 걸어가는데 우리 옆 동 입구를 그냥 지나쳐 걷는다. 아니 우리 아파트 사람도 아니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기분은 더 묘해지며 혹시 옆 단지 ㅎ아파트 주민인가 싶어 머리를 갸웃거리는데 길을 건너더니 바로 그 아파트 주차장으로 달려 들어가 거의 뛰다시피 걸어 들어가 버린다. 아니, 너는 뭐냐는 볼멘 소리가 가슴을 밀고 올라온다. 옳지 못한 것을 보고 그러면 안 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없는 바로 네 그 모습이 후진국 국민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그러고도 그 여인에게 잘못했다고 비난할 수 있느냐? 그 잘난 교양이라고 변명할 테면 아예 모든 생각을 다 접어 버려라. 도도하게 밀고 올라오는 가슴 속 아우성으로 해서 걸음은 더디고 일보러 갈 시간에 늦게 생겼다.
그래 지금 내 몰골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 여인이 공중도덕을 어겼다 해도 얼마나 꽃이 필요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심정으로 이해하고 그 행위를 용서할 수는 없었더냐고 속삭인다. 정죄하지 말고 용서하라신 주님의 말씀은 건성으로 들었더냐는 질타가 뒷머리를 세게 치는 것 같다. 그래 오늘 아침 누가 더 잘못 했을까요?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