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소박한, 너무나도 소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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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8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처의 한 작은 마을 안스도르프(Arnsdorf)의 초등학교 교사가 작곡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라는 노래는 본래 교회용으로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어른보다는 어린이를 위한 노래의 성격이 짙다. 이 찬송가의 작사자(Joseph Franz Mohr)나 작곡자(Franz Xaver Gruber)조차도 이 노래가 후에 이렇게까지 유명해지고 전 세계에 애창되리라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하였다. 이 노래는 찬송가로서 보다는 캐럴(Carol)로 알려졌고 민요와 동요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나타내면서 세상에 퍼지기 시작하였다.

초기에 이 노래는 대중성이 너무 짙다(vulgar)는 비판을 받았다. 그 가사나 멜로디가 너무 동요적이고 민요적이어서 찬송가로서의 품위도 없고 캐럴로서도 적당치 않다는 평가 때문에 권위 있는 찬송집에 실리지 못하였다. 

이 노래는 브램리와 스테이너(H.R. Bramley & J. Stainer)가 1871년에 편집한 <Christmas Carols New and Old>에 빠져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1861년에 초판이 시작된 가장 방대하고 권위 있는 찬송집인 <Hymns Ancient and Modern>의 결정판인 1924년 판(Standard Edition)에도 빠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1928년에 영국에서 발행된 아주 권위 있는 캐럴 모음집 <The Oxford Book of Carols>에도 이 찬송이 빠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1900년대 초기의 영국과 미국의 찬송가와 캐럴 집에도 들어있지 않다. 이 노래는 후에 주로 어린이를 위한 캐럴로 찬송가에 소개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이 찬송이 얼마나 소박하고 민요적이고 동요적인 노래인가를 말해준다. 원문인 독일어에 나타나는 ‘곱슬머리의 귀여운 아기(Holder Knabe im lockigen Haar)’라는 가사만 보아도 그렇다. 찬송가로서보다는 동요적 색채가 짙게 풍기지 않는가? 이러한 소박하기 그지없는 노래가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성탄을 알리는 최고의 노래가 되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기도 드릴 때 아기 잘도 잔다.’ 이 캐럴을 부를 때 우리의 마음도 소박해졌으면 좋겠다. 세상 욕심도 내려놓고, 때 묻은 위선적 신앙인의 모습도 회개하고, 짙은 화장으로 변장한 얼굴도 지우고, 목소리에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조용히 아기 예수의 탄생을 마음에 새기면 좋겠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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