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은 존엄하고 존귀하며 그 누구로부터도 박탈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사형제도가 폐지되지 않고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확보할 수가 없다. 나아가 생명권은 다른 자유권이나 재산권 등과 달리 권리의 주체와 객체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생명을 잃으면 생명권은 물론이며 자유권과 재산권 등 모든 인권을 논할 여지가 없게 된다.
생명권에 대해 미국은 1776년 독립선언에서 최초로 규정한 이래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독일은 기본법 제2조 2항에서 생명권에 관한 명문 규정을 두고 있고, 일본은 헌법 제13조에서 개인 존중의 원칙과 생명권 존중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에서는 명문 규정은 없어도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 및 가치와 제12조 신체의 자유, 그리고 제37조 1항의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의 하나로 보는 것이 통상적 입장이다.
생명에 관한 권리는 국가의 권력 남용으로 인한 침해를 방지하려는 대 국가적 방어권을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정치적 이유로 사형을 남용하여 무수한 사람들을 사형에 처하면서 인권유린국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형제도가 헌법재판소(헌재) 심판대에 처음 오른 건 1989년 2월 강도살인죄로 사형이 확정된 피고인이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이듬해 추가 사건까지 모두 2건의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청구 기간이 지났다거나 청구인이 이미 사형집행을 당했다는 등의 이유로 청구를 각하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정면 돌파를 피한 것이다.
그러던 헌재가 위헌 여부를 처음 판단한 건 1995년 살인과 특수강간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A씨 사건에서였다. 헌재는 1996년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사형제의 합헌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인간의 생명이 자연적 존재로서 동등한 가치를 지니지만 이것이 서로 충돌하거나 생명 침해에 못지않은 중대한 공익을 침범하는 경우 국가가 어떤 생명이 보호돼야 하는지 규준을 제시할 수 있고 필요악으로 선택된 사형이 아직 헌법 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단서 조항을 달았다. “문화 수준이나 사회 현실에 비춰 사형을 완전히 무효로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뿐 사형 역시 ‘제도 살인’이므로 그 필요성이 없어지면 위헌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이다.
김성기 목사 <세계로교회>
한국교도소선교협의회 대표회장
법무부 사)새희망교화센터 이사장
대한민국새희망운동본부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