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말 더듬으며 읊은 ‘샘물과 같은 보혈은’의 다른 번역 찬송
찬송 시 ‘그 참혹한 십자가에’(‘There is a fountain filled with blood’)는 윌리엄 쿠퍼(William Cowper, 1731 – 1800)가 지었다. 우리 찬송가에는 작자미상으로, 1919년에 발행된 ‘신증 복음가’에 처음 실렸다고 밝혔으나, 찬송 시 ‘샘물과 같은 보혈은’(258장)의 다른 번역이다.
영국 그레이트 버크햄스테드에서 성직자의 아들로 태어난 쿠퍼는 당대 최고의 시인이지만 정신병으로 우울한 삶을 살았다. 여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웨스트민스터 대학을 졸업한 후, 상원 최종 사법시험을 앞두고 정신적 쇠약을 겪어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18개월 동안 세인트 알반 정신병원에 수용된 후 언윈(Morly Unwin) 목사 가족을 만나 우정을 쌓으며 성경을 읽기 시작하였고, 서서히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언윈 목사가 세상을 떠난 후 언윈 목사 부인(Mary Unwin)과 존 뉴턴(John Newton,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지은 이)은 친밀한 우정과 극진한 보살핌으로 회복을 도와 감정적인 자극을 제공하여 공동으로 찬송가(‘The Olney Hymns’)를 출판하기 시작했다.
쿠퍼의 신앙을 극적으로 표현한 이 찬송 시는 1771년에 지어, 1772년 코니어스의 찬송가(‘Conyer’s Collection of Psalms and Hymns’)에 처음 실렸다. 이후 1779년 뉴턴과 공편한 찬송가(‘The Olney Hymns’)에도 다시 출판되었다.
쿠퍼는 이후에도 세 번이나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 심한 우울증에 빠졌으나, 하나님의 섭리에 압도되어 온전한 은총을 경험했다며 찬송 시로 하나님의 신비를 읊었다(“God Moves in a Mysterious Way”).
3절에서, 시인은 비록 정신적 쇠약으로 말을 더듬으면서도, 영원한 새 나라에서 “금 거문고 한 곡조로 새 노래 부르리”라 소망한다.
곡명 LORD I BELIEVE는 19C 작곡자 미상이다. 쿠퍼의 원래 찬송 시 7절 중 세 절(1, 2, 7절)을 뽑아 작곡한 후, 후렴을 새로 작사 작곡하여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곡의 자료와 후렴 텍스트에 관한 정보는 찾을 수 없다.
한영찬송가의 영어 가사(‘The precious blood of Jesus’)는 우리말 번역의 중역이므로, 쿠퍼의 원시로 수정해야 한다.
김명엽 장로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