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과거부터 지속되어온 사형이 현재에도 최선의 방책으로 존재해야 하느냐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낼 수 없다. 천부인권이 결여된 미개 사회에서 사형은 국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요악이었겠지만, 현대와 같이 성숙한 국민 의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성숙돼 가고 있는 현실에서 사형제도는 불필요한 제도이다.
우선 법률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사형범죄의 수를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다만 사람 스스로가 내 생명과 타인의 생명을 똑같이 귀중한 것으로 동일시하는 인식론적 성숙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런 인식론은 예수님의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대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이 살인을 저지른 범죄인에게도 존재하느냐?”에 대한 답변은 “그렇다”이다. 인간의 생명은 일반인이나 범죄자나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존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모살(謀殺)한 자가 아닌 범죄자들에게 도피성을 두고 피하여 살게 했음을 본다. 이러한 성경의 정신을 본받아 사형 대신 절대적 종신제나 상대적 종신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에게는 불행한 일이고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한 번의 감정을 이기지 못한 대가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고 자신의 생명을 내놓는 상황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실 때 오른편의 강도에게 “오늘날 네가 나와 함께 있으리라” 하시고 구원을 선포하셨듯이 죄는 멀리하고 경계해야 하겠지만, 생명의 존엄성까지 경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범죄인이 사악한 행동을 하는데 방종한 사회에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하겠다. 범죄자들의 고민을 들어보면 대부분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국민 모두의 심장에 대못을 박았던 지존파도 어린 시절의 아픔을 실토하는 것을 들었다는 일화도 있다. 이는 한 인간이 자라나고 어른이 되고 사회의 선량으로 성장하는데 사회의 여건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좋은 성품과 미덕을 갖추도록 도와주고, 다툼과 경쟁 대신에 화합과 도움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김성기 목사 <세계로교회>
한국교도소선교협의회 대표회장
법무부 사)새희망교화센터 이사장
대한민국새희망운동본부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