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각급 학교가 신입생을 맞이하고 기존 학생들은 한 학년씩 진급하여 새로운 스승(학급담임/교과담임)들과 만나고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게 된다. 명실공히 새 출발 하는 시기이다. 자연생태계도 새해, 새 기운을 받아 여기저기 푸릇푸릇한 생기를 발생시킨다. 희망의 계절이다. 새 출발의 시간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해주기 바란다. 새 힘으로 약동하는 새싹과 봄꽃들을 환영하기 바란다. 우리들의 가정과 직장 그리고 교회와 국가사회에도 신춘의 생기를 불어넣어 국민 전체의 기분과 정서를 드높여 가기 바란다. 특별히 4월 10일의 총선거를 준비하면서 <KOREA Again>의 상승기류를 고양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3월에 읽을 시들을 찾아보겠다. ①“먼지 된 매화가 창백한 얼굴로 떨어진다/꽃꼭지가 봄을 꼭 물고 놓지 않는다/수액은 물관부 따라 흐르다가/둥글게 둥글게 원을 그리며 달이 되고/매실 하나 잉태한 채/흰 매화는 곧 푸르게 눈을 뜰 것이다/봄눈 위에 뚝뚝 떨어진 밤의 잔해 속에서/눈 날리듯 흩어지는 매화 꽃잎을 보려고/봄밤이 거문고 줄에 걸려 퉁퉁 불어있다/퉁, 튕기는 소리에/땅의 숨소릴 고요히 듣던 매화의 심장이 다시 일어선다/흰 버선을 신고서”(박근수/봄밤) ②“자욱한 안개 사이로 보이는 외로운 섬/그 속에 외로이 켜진 희미한 불빛/바닷물을 삼킨 듯한 바람이 섬을 감싸고/달빛조차 눈길을 거둔 어둠 속에서/그 불빛은 굳건히 빛난다//누군가는 그 빛이 있어 길을 찾고/누군가는 그 빛을 따라/새로운 빛을 찾는다/그대여/저 불빛처럼/반짝여라”(박대종/빛) ③“밖에는 지금/누가 오고 있느냐?/흙먼지 자욱한 꽃샘바람/먼 산이 꿈틀거린다/나른한 햇볕 아래/선잠 깬 나무들이 기지개 켜듯/먼 산이 하늘을 힘껏 밀어 올리자/조르르 구르는 푸른 물소리/문득 귀가 맑게 트인다/누가 또 내 말을 하는지/떠도는 소문처럼 바람이 불고/턱없이 가슴 뛰는 기대로/입술이 트듯 꽃망울이 부푼다/오늘은 무슨 기별 없을까/온종일 궁금한 3월/그 미완의 화폭 위에/그리운 이름들을 써 놓고/찬연한 부활을 기다려 본다”(임영조/3월) ④“3월이네요, 어서 들어오세요/오셔서 얼마나 기쁜지요/일전에 한참 찾았거든요/모자는 내려놓으시지요/아마 걸어오셨나 보군요/그렇게 숨이 차신 걸 보니/그래서 3월, 잘 지내셨나요/다른 분들은요?/자연을 잘 두고 오셨나요?/아, 3월, 바로 저랑 이 층으로 가요/말씀드릴 게 얼마나 많은지요”(에밀리 디킨슨/3월) ⑤2024년엔 3월 5일이 경칩(驚蟄)이다. 겨울잠을 잔 개구리들이 뛰어나오는 절기라 한다. 경칩에 대한 시를 읽어보자. “봇물 드는 도랑에/갯버들이 간들간들 피어/외진 산골짝 흙집에 들었다/새까만 무쇠 솥단지에/물을 서너 동이나 들붓고/저녁 아궁이에 군불 지폈다/정지문도 솥뚜껑도/따로 닫지 않아, 허연 김이/그을음 낀 벽을 타고 흘렀다/대추나무 마당에는/돌확이 놓여 있어 경칩 밤/오는 비를 가늠하고 있었다/긴 잠에서 나온 개구락지들/덜 트인 목청을 빗물로 씻었다//황토방 식지 않은 아침/갈퀴손 갈퀴발 쭉 뻗은/암수 개구락지 다섯 마리가/솥단지에 둥둥 떠 굳어 있었다/아직 알을 낳지 못한/암컷의 배가 퉁퉁 불어/대추나무 마당에 무덤이 생겼다”(박성우/경칩) 기독교 신앙인들은 2024.2.14.-3.30까지 사순절(四旬節)로 지켜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회개하라./주의 길을 준비하라. 그가 오실 길을 곧게 하라. 골짜기를 메워라. 산을 낮추어라. 험한 길을 평탄하게 하라./고통이 있다. 아픔이 있다. 결단이 있어야 한다./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 거기에 생명이 있다./당신의 고통은 무엇인가. 무엇을 결단할 것인가./나는 초라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떨기나무 봄꽃을 보았다./거룩한 땅이다./신을 벗어라./가라/네 백성을 건져내라./회개하라./주의 길을 예비하자. 주님의 가실 길을 평탄케 하자.”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