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니아] 이자를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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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개봉한 변영주 감독의 ‘화차’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빚’이라는 공통된 소재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화차’는 신용카드 빚으로 인해 불행해진 여성의 인생을 그린 작품입니다. ‘피에타’는 한 남성이 끔찍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생겨나는 사회적 문제들을 잘 표현해 내었고, 2012년 대선에서 한 후보는 빚 문제 해결을 위한 ‘피에타 3법’이라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빚’은 우리 사회의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문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국가부채가 2천 200만원에 육박했습니다. 국가채무는 늘고 인구는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1인당 국가채무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빚이 늘어가면서 ‘이자’에 대한 부담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나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원금과 이자를 갚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성서에서는 돈이나 재화를 꾸어 주고 이자와 원금을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말씀하고 있을까요? “너는 그에게 이자를 받지 말고 네 하나님을 경외하여 네 형제로 너와 함께 생활하게 할 것인즉 너는 그에게 이자를 위하여 돈을 꾸어 주지 말고 이익을 위하여 네 양식을 꾸어 주지 말라”(레 25:36~37) 꾸어 주고 이자를 받지 말라고 말씀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가난한 이웃의 어려움을 이용해 재산을 늘리는 행위에 대해 율법으로 금하셨습니다. 이들은 사업상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생활이 궁핍해서 돈을 빌리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이자를 받으므로 더 가난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형제들에게 돈이든 양식이든 빌려줄 때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말고 그들의 허기를 채워주고 자비와 긍휼을 베풀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타국인들에게는 이자 받는 것을 허용하셨습니다. 인간에게 정당한 이윤 추구를 금지한다면 경제활동은 위축되고 사회적으로도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민족 차별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타국인’을 뜻하는 ‘노크리’는 본국에 국적을 가지고 그곳에 경제적 기반을 가진 외국 상인을 말합니다. 상업을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자본을 빌려서 많은 이윤을 남길 목적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이자를 받아도 된다고 성서는 말합니다. 우리의 넉넉함은 약한 자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내 모든 소유가 주님의 것이고 주님이 맡겨주신 것이기에 궁핍한 자를 돕고 굶주림에 처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성서는 이미 구약시대에 이자를 받아야 할 사람과 받지 말아야 할 대상을 구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섬김이 아니라 그 사람의 형편과 처지에 맞는 돌봄과 섬김을 행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디아코니아 정신입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항상 돌아보고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바랍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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