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인문학자 로만 마스는 TED 강연에서 ‘좋은 깃발을 위한 5가지의 디자인 원칙’에 대해 말했습니다. ‘단순하라, 의미있는 상징물을 사용하라, 2-3개의 색상을 사용하라, 문자나 도장을 사용하지 말라, 특색있게 만들어라’ 이 원칙이 잘 적용된 깃발은 캐나다 국기입니다. 캐나다의 아름다움과 단풍 숲의 장관을 국기에 잘 새겨 넣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중인 ‘시흥환어행렬도’는 1795년 2월 15일 화성행궁을 떠난 정조가 시흥에 있는 행궁에 도착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데 왕의 어가가 있는 곳에 임금을 상징하는 용기(龍旗)가 있습니다. 그 뒤를 각 군영을 상징하는 깃발들이 따르고 있습니다. 깃발은 전쟁시 적군과 아군이 뒤섞여 백병전이 벌어져 지휘관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깃발을 통해 공격과 방어를 알려주어 긴밀히 대처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도 각 지파별로 군기를 만들어 걸었습니다. 지파별로 깃발을 만들고 진영에 위치하여 깃발을 따라 행진하게 하였습니다. ‘진을 치다’는 히브리어 ‘하나’는 본래 ‘구부리다’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사막이나 광야에서 목자들이 자기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원형으로 세웠던 천막의 형태입니다. 이스라엘은 회막을 중심으로 사면으로 둘러싸서 진을 칩니다. 법궤가 있는 회막이 중심을 이루고, 모든 지파가 회막을 향하는 모습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광야 길을 걸어가는 이스라엘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의 인생길도 하나님 중심으로 진을 치고 말씀을 붙들고 행진해 나아가야 합니다.
지파들의 행렬이 시작되면서 선봉대에 선 지파는 유다 지파였습니다. 왜 장자인 르우벤이 아니라 유다 지파가 앞에 섰을까요? 혹시 유다 지파의 수가 가장 많아서였을까요? 하나님이 세워준 질서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숫자가 많다고 해서 먼저 되거나 나중 되는 것이 아니며, 육적 순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선봉대는 부대에서 가장 용맹하고, 희생을 각오하는 부대입니다. 유다지파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자원해서 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장자 지파가 되었습니다. 유다는 베냐민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고 죽음을 각오했습니다. 가나안을 정복할 때도 견고한 헤브론을 향해 앞장서 나아가 그 땅을 정복하였습니다. 유다는 희생과 죽음을 각오한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줍니다. 섬기는 자라면 외부 조건을 보지 않고 그를 귀하게 여기고 앞장세워야 한다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하나님 나라에서의 서열은 세상과 다릅니다. 위험한 일, 어려운 일, 힘든 일, 희생을 요구하는 일 즉 섬기는 일에 늘 자원해서 선봉에 나서는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 섬김을 실천하여 주님을 중심으로 앞을 향하여 걸어갑시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