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리더] 회개(悔改)와 훼절(毁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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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말하길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게 잘못이다.

고치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 그러나 고치는 비용이 새 것으로 바꾸는 비용보다 많을 때는 문제가 발생한다. 버리고 새 것으로 바꿔야 한다. 기계나 물건은 잘못되면 즉시 고쳐서 사용하면서도 사람들은 잘못된 법이나 제도, 이념에 대해서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대안들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데, 선택된 하나의 비용은 포기한 다른 선택에 대한 기회이다. 이러한 선택의 비용을 ‘포기한 다른 선택에 대한 가치’로 측정하는 경제학에서는 이를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말한다.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으로 인해 포기한 선택의 금전적, 비금전적 가치이다. 선택을 바꾸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기회비용은 대체로 회수가 가능하다.

그러나 선택을 번복해도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 있다. 엎질러진 물과 같이 주워 담을 수 없는 매몰비용(sunk cost)은 기회비용이 아니다. 합리적 선택을 해야 하는 지도자가 매몰비용에 매달리다 보면 그릇된 선택을 할 수가 있다. 돈이나 노력, 시간 등을 일단 투입하면 그것을 지속하려는 성향 때문에 사람들은 시행착오를 범하는데 이를 가리켜 매몰 비용 효과라고 한다. 이는 낭비를 싫어하고 또 낭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걸 싫어하는 동시에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자기 합리화 욕구 때문에 발생한다. 경제학적 인지 부조화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주변 매몰 비용에 대한 미련을 경고하는 금언이나 속담이 많다.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나,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인다’는 속담은 매몰 비용에 집착하는 ‘매몰 비용 오류’(sunk-cost fallacy)를 지적한 것이다.

기존의 마음을 바꾼다는 의미에서 회개(悔改)와 훼절(毁節)은 비슷하다. 기독교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돌아서는 회개를 성령의 역사라고 말한다. 성령(聖靈)의 힘이 아니면 자신의 잘못을 깨우칠 수가 없다. 확증(確證) 편향에 사로잡히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심리로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여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인간의 속성 때문에 마음을 바꾸기가 여간해서는 힘들다. 개인 구원을 지향하는 기독교에서는 과오의 인정은 개인의 몫이다. 주자학에서 훼절은 변절(變節)을 뜻한다. 조선시대의 사림(士林)은 붕당(朋黨) 이익에 매몰되어 사화(士禍)의 원인을 제공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겨야 하는 치킨게임이 붕당(朋黨)정치의 병폐(病弊)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데 인색한 요즘 정치인들의 행태가 나를 슬프게 한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게 잘못이라고 공자님도 말씀했는데….

고영표 장로 (의정부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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