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거친 파도가 유능한 사공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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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Arno1d Toynbee, 1889-1975)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저서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는 12권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저술이다. 그가 이 책을 집필한 것은 그의 나이 45세에 시작하여 27년이라는 긴 기간을 보내고 72세가 되던 해에 완성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그는 인류의 역사를 《도전(挑戰)과 응전(應戰), Challenge and Response》으로 해석했다는 것은 정말 의미심장한 말이다. 토인비는 그 책에서 “자연 조건이 좋은 환경에서는 인류 문명이 태어나지 않았고 거의 다 거친 환경, 가혹한 환경에서 이루어졌음”을 밝혀주고 있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는 모두 광야 같은 척박하고 여건이 안 좋은 땅이었다. 이집트 문명, 수메르(Sumer) 문명, 인도 문명, 중국 황하 문명이 그렇다. 이집트 문명을 일으킨 민족은 아프리카 북쪽에서 수렵생활을 하며 지내고 있던 부족들이었다. 지금부터 5~6천 년 전, 강우(强雨: 세차게 내리는 비) 전선이 북쪽으로 옮겨지게 되어 아프리카 북쪽이 모두 사막 지대로 변하게 되자 부족은 세 부류로 흩어지게 되었다. 그 자리에 남아서 그대로 살아간 부족은 지구상에서 소멸되고 말았다. 북쪽으로 강우전선을 따라간 부족도 그곳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맹수와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나일강 지역으로 이주하여 농경과 목축, 어업으로 생활 방식을 바꾼 부족들이 찬란한 이집트 문명을 만들어냈다. 나일강의 범람 시기를 알아내기 위해 천문학과 태양력을 발달시켰다. 나일강이 범람하였다가 물이 빠지면 온통 개펄 밭이 된 토지를 나누기 위하여 기하학(幾何學)과 측량술이 발달하였고, 범람을 막기 위해 제방술(堤防術)을 발달시켰다. 거친 환경이 찬란한 문화를 창조해 낸 것이다. 

중국 문명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에 유명한 두 강이 있다. 양자강과 황하인데 양자강 유역은 기후가 온화하며 강도 범람하지 않아 그 주변 사람들은 살기 좋고 편안하였다. 그러나 황하는 지역적으로 혹독한 추위로 겨울이면 얼어붙어서 배가 다닐 수 없었으며 해마다 범람하여 수많은 인명을 빼앗아 갔다. 반복되는 자연 재해를 극복해야 했으며 그런 거친 환경과 싸우다 보니 황하 문명이 발달하게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거친 환경에서 살아온 민족이 유대인이다. 서기 70년 7월 9일에 나라를 빼앗기고, 1948년 5월 14일 독립할 때까지 1900년 동안 이곳저곳 쫓겨 다니며 나라 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유대인을 잡아서 사격장 표적으로 사용하기도 하였고, 총알 하나로 몇 명을 죽일 수 있는지 일렬로 세워 놓고 유효 학살실험을 하였다. 히틀러는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하였다. 유대인들을 반기는 곳은 지구상에는 아무 곳도 없었다. 가장 가혹한 환경 속에서 살았다. 온 세계가 유대인을 박해할 때, 유대인을 품어 준 나라가 미국이었다. 2차 대전 후, 몰려드는 유대인들에게 미국은 허드슨 강변을 내주었다. 험악하고 최악의 조건을 갖춘 거친 환경의 땅이었다. 유대인들은 옹벽을 쌓아 허드슨강이 범람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금융업을 시작하였다. 지금 온 세계의 금융의 중심지가 된 미국의 월 스트리트(Wall Street)가(街)에 세계 유일의 유대 박물관이 세워져 있다. 

구약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모세를 쓰시기 전에 모세를 광야에 머물게 하여 40년 동안 단련시키셨다. 모세는 40년간 바람과 이슬을 맞으며 한 데서 먹고 잠을 자며 모진 고생을 했다. “하나님께서는 왜 모세를 곧바로 쓰시지 않고 40년이나 광야에 두셨을까?” 모세는 성격이 과격하고 호방(豪放)하며 정의감이 넘치는 사나이였다. 불같은 성격에다가 의리를 중시하여 애굽 사람이 이스라엘 사람을 괴롭힐 때, 돌로 쳐서 애굽 병사를 죽이기도 하였다. 

하나님은 모세를 더 합당하게 쓰시기 위해 40년 동안 광야에 두어 단련시키신 것이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로 하여금 힘들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계속 부르짖어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주재(主宰)하심을 스스로 보게 하셨다. 그래서 하나님이 모세에게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어 애굽에서 나오라고 분부하셨을 때, 모세는 아무런 반항도 없이 받아들이고 순종하였으며 자신이 받은 사명을 완수할 수 있었다.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온 사람이 보다 큰일을 해내는 삶을 살아 갈 수 있음을 본다. 그렇다. 거친 파도가 ‘유능한 사공’을 만드는 것이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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