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의 남자 주인공 암행어사의 괴나리봇짐에 매달린 짚신 한 켤레는 우리 어진 할아버지 할머니 조상들이 신던 신발이다. 딱히 짚신 신발 시초는 알 수 없으나 조선조 흙사랑의 농민들이 신던 신발임에는 틀림없다. 나도 광복 전후 지리산 기슭 마천초등학생 시절 할아버지가 삼아준 짚신을 신고 학교를 다녔다.
고무신, 운동화, 구두로 신발의 변화에 따라 짚신은 실용적 가치를 잃고 물러났다. 바야흐로 날카로운 구두 신발시대다. 다니는 길도 사는 집도 다 새롭게 변화를 가졌다. 이웃사랑으로 정과 사랑이 형제 같던 초가마을은 다 사라지고 호롱불 시대도 가고 대낮같은 전깃불 시대가 왔다. 농기구를 서로 빌려쓰고 황소까지도 서로 빌려 주며 품앗이로 농사짓던 흙마을 농부들은 짚신을 신고 살아도 마음만은 인정 깊고 다사롭기 그지 없었다. 인심이 비단결 같았다. 애경사도 서로 기뻐하고 슬퍼했다.
초가 박꽃처럼 흥부 꿈에 살던 농민들은 정의롭고 평화롭게 정답게 살았다. 논밭에 농사일 하다가 물뭍 오랑캐가 쳐들어 오면 일하던 괭이 호미 다 흙에 두고 나라 지키기 위해 손에 활과 창을 들고 앞장서 전선에 나갔다. 의병이 되어 나라 굳게 지켰다. 진주대첩 행주대첩을 이룬데는 짚신농민이던 남녀가 힘을 합쳐 바다 오랑캐 왜군을 용감하게 물리친 것이다. 나라 겨레 형제사랑이 투철한 우리 어질고 순박한 조상들은 참으로 자유 평화 정의 진리를 사랑하며 투철한 짚신정신을 용감하게 발휘했던 것이다. 오늘날 농촌 찰진 논밭을 다 뭉기고 하늘을 찌를듯이 높은 빌딩숲을 이뤄놓고 배부르게 모여 살아도 아래 윗층 누가 사는지 이웃도 없이 삭막하게 살고 있다. 조상의 흙사랑 어진 마음, 형제 나라 겨레 사랑도 전혀 없이 극도의 이기심으로 살아가는 오늘의 구두족 가슴에 한국의 얼이 되는 짚신정신이 한치나 있겠는가? 나라보다 나만 아는 이기주의자들이 나라 곳곳에 판을 치고 살아가고 있다. 삼강오륜이 결코 낡은 옛 도덕이 아니다. 과연 어버이날에 효심이 온전히 꽃피는가. 1956년부터 시초를 이룬 스승의 날도 우리가 기념하고 있으나 지금 사도가 짓밟히고 사제간의 정과 사랑이 쓸쓸하기 그지없다.
적어도 도덕 교육 법조는 양심과 정의가 바로 지켜져서 어질고 착한 짚신조상이 남겨준 자유 평화 정의 진리사랑으로 나고 자란 나라 한피겨레 한형제 같은 이웃 사랑의 순박한 한국의 얼이 되는 짚신정신이 펄펄 살아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짚신이 현대 과학시대 실용적인 신발로서의 가치는 없으나 우리 어진 조상의 얼이 담긴 정신 문화재적 가치는 높게 생각된다. 짚신은 아예 한국의 정신문화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가죽이 아닌 짚으로 사랑방에서 삼는 짚신은 초가 지붕 햐얀 박꽃이 밤하늘 달과 함께 흥부의 꿈을 대화로 엮는다. 1972년 당시 동양방송 아침마당 시간에 오동춘 작사 ‘짚신정신’ 노래를 무궁화 합창단이 불러 주었다. 3절 중에 1절만 밝힌다.
솔밭 푸른 삼천리 반도강산에/대대로 거짓없이 사는 짚신은/가을하늘 푸름같이 진실하도다/ 후렴:짚신은 한국의 얼 우리 빛일세/다같이 사랑하자 짚신정신을/
짚신은 정신문화재요 짚신은 우리 어진 조상의 하늘, 사람, 흙, 물, 청산 사랑의 소박 진실한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착하고 어진 조상의 사상이 흐르는 일편단심 가을하늘 해와 달과 별같이 밝게 줄기차게 빛나는 한국의 얼 짚신정신을 짚신겨레 다같이 사랑하여 대한 나라 세계 으뜸 짚신나라 이뤄야 하겠다.
오동춘 장로
<화성교회 원로, 문학박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