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옛날 이화대학교에선 ‘오월의 미인’(May Queen)을 선발하기도 했다. 산하엔 신록이 우거져 진녹색과 연녹색이 복합되어 그대로 한 폭의 그림 같다. 오월 안에 어린이날(5.5), 어버이날(5.8), 스승의날(5.15), 성년의날(5.20), 부부의날(5.21)에 교회적으로는 성령강림절(5.19)까지 들어 있어서 가정과 교육의 달이 되었다. 교육 주간이나 청소년에 관한 행사들도 밀집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단어로 교육, 가정, 효도, 어린이, 스승, 성년, 부부 같은 말이 회자 되는 절기이다. 교회에서도 가정생활 세미나, 모범가정 표창, 효자·효녀 시상식 등을 갖는다. 옛날에는 모든 학교가 스승의날에 사은 행사를 가졌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교사들 중에는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 조기 퇴직을 희망하는 자가 많다고 하고 학부형의 갑질이란 말도 들리는 것은 유감스럽다. 교육에 관한 시(詩) 한 편을 읽어보자. ➀“네가 어린 싹으로 터서 땅속 어둠을 뚫고/태양을 향해 마침내 위로 오를 때/나는 오직 아래로/아래로 눈 먼 손 뻗어 어둠 헤치며 내려만 갔다/네가 줄기로 솟아 봄날 푸른 잎을 낼 때/나는 여전히 아래로/더욱 아래로 막힌 어둠을 더듬었다/네가 드디어 꽃을 피우고/춤추는 나비, 벌과 삶을 희롱할 때에도/나는 거대한 바위에 맞서 몸살을 하며/보이지 않는 눈으로 바늘 끝 같은 틈을 찾아야 한다/어느 날 네가 사나운 비바람 맞으며/가지가 찢어지고 뒤틀려 신음할 때/나는 너를 위하여 오직 안타까운 마음일 뿐이었으나/나는 믿었다/내가 이 어둠을 온몸으로 부둥켜 안고 있는 한/너는 쓰러지지 않으리라고/모든 시련 사라지고 가을이 되어/네가 탐스런 열매를 가지마다 맺을 때/나는 더 많은 물을 얻기 위하여/다시 아래로 내려가야만 했다/잎 지고 열매 떨구고 네가 겨울의 휴식에 잠길 때에도/나는 흙에 묻혀 가쁘게 숨을 쉬었다/봄이 오면 너는 다시 영광을 누리려니와/나는 잊어도 좋다/어둠처럼 까맣게 잊어도 좋다” 여기서의 나는 부모님일 수도 있고 스승일 수도 있다. 아니 누군가를 위해 희생, 봉사하는 어떤 사람일 수 있다. 또 5월에는 여러 쌍들이 결혼을 하기도 한다. 주례를 맡을 때면 이런 시를 읽어주기도 한다.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으되/내가 잡초 되기 싫으니/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털려고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 없으되/누구의 눈에 들기는 힘들어도/그 눈 밖에 나기는 한순간이더라//귀가 얇은 자는/그 입 또한 가랑잎처럼 가볍고/귀가 두꺼운 자는/그 입 또한 바위처럼 무거운 법/생각이 깊은 자여!/그대는 남의 말을 내 말처럼 하리라//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넓음을 사람을 따르게 하고/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하니/마음이 아름다운 자여!/그대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라”(이채/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한 해의 최고봉(Peak time)인 오월에 물오른 나무들처럼, 모란이 피는 계절처럼 우리의 기개를 펴보고 다듬고 가꾸어 보자. 모두가 바빠서 이웃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이웃의 신음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절대 고독, 군중 속에 있으나 고독자로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이 눈을 들어 산을 보고, 눈을 열어 바다도 바라보면서 우리의 생각과 관심을 더 높게, 더 넓게, 더 깊게 확장해보면 좋겠다.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우리 함께 읽고 실천하여 우리들이 살고있는 이곳을 조금 더 행복하게 가꾸어 보자. 내가 여기 잠시 살았음으로 인해 이전보다 더 좋아지는 한 가지를 만들어 보자. “나 하나 꽃 피어/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나 하나 물들어/산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조동화/나 하나 꽃 되어)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