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어 학생들을 모집했는데 예약한 대로 약 120명을 모을 수 있었다. 한꺼번에 모두 올 수가 없었기 때문에 30명씩 4차에 걸쳐서 항공권을 예약해 두었다. 그런데 학생들이 출발하기 바로 직전, 다시 한번 티켓의 날짜와 시간을 확인하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티켓을 예약할 때 그만 실수로 2000년 달력을 보지 않고 1999년 달력에 맞추어 예약을 한 것이었다. 다행히 세 그룹은 모두 일정에 문제가 없었으나 한 그룹 30명은 한국에 돌아가는 도착 시간이 주일날 이른 아침이었다.
‘아니, 그게 왜 그렇게 큰 문제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일성수를 생명처럼 지켜왔던 나에게는 정말 큰 문제였다. ‘주일 새벽이면 도착 후 바로 교회 가서 예배드리면 되는 것 아닌가, 그게 무슨 문제가 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교회에 가겠으며, 더구나 지방에서 아이들을 마중 온 부모님들이 어떻게 교회에 갈 수 있겠나? 내 신앙 양심으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다. 주님께 영광 돌리기 위해 이 일을 한다고 하면서 뭇 사람들에게 주일을 못 지키게 하다니, 이것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다.
나는 여행사 사장에게 간곡히 부탁을 했다.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월요일에 출발할 수 있는 티켓을 구해 달라고 했다.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주어도 티켓을 한 장도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30명의 학생, 그 부모님과 가족들, 연수 출발할 날만 기다리며 기대에 차 있는 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막막했다. 거기다 이제 막 방송국과 함께 성공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서 문제를 일으키면 앞으로 더 이상 방송국과 일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주일성수를 하지 못한다면 이 프로그램은 당연히 취소되어야 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여행사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30명 티켓, 취소해 주세요. 모든 손실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30명의 티켓을 취소하고 하루 동안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놓고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고 있었다. 다음 날 여행사 사장으로부터 너무나도 놀라운 전화가 왔다.
“선교사님! 월요일에 출발하는 비행기표 30장을 구했습니다.”
“아니 한 장도 구할 수 없었던 표를 어떻게 30장을 구했습니까?”
“저도 모릅니다. 어디서 특별기가 뜬 것 같습니다.”
나는 또 한 번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깊이 체험할 수가 있었다. 하나님을 제일 우선으로 생각하는 자들에게 언제나 최고의 것으로 채워 주시는 좋으신 우리 아버지를 마음껏 찬양하였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그가 나를 사랑한즉 내가 그를 건지리라 그가 내 이름을 안즉 내가 그를 높이리라 그가 내게 간구하리니 내가 그에게 응답하리라 그들이 환난 당할 때에 내가 그와 함께 하여 그를 건지고 영화롭게 하리라” (시 91:14-15)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