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어버이, 아직도 아릿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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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우리가 부르는 호칭은 아니다. 부모님을 일컫는 순수 우리말인데 이렇게 살갑고 정겨운 말이 또 있을까?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왜 우리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가슴 아래가 아파 오는지 모르겠다. 어머니를 부를 때면 더 목이 메어온다. 왜 그럴까? 아마도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을 살아오는 동안 그 희생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어서 그런 것 같다. 게다가 남존여비의 가부장 사회에서 여인이 억눌리고 기를 펴지 못한 채 농사와 가사에 궂은 일은 다하고 주도권은 조금도 없던 시대를 살아온 어머니들은 그야말로 아내로 며느리로 혹독한 삶을 살았을 뿐 허리 펼 날이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더 가슴 시린 이름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이제 아버지의 굽은 등이 아픔으로 읽히는 자식들도 많아졌다.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위가 많이 낮아진 아버지의 위상 때문에 자식들 눈에 강했던 아버지가 안쓰러워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본다. 어찌 됐건 서양의 어머니날을 본떠서 어머니날로 지키다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어버이날로 바꾼 이래 줄곧 우리는 5월 8일을 어버이날로 기린다. 5월은 유난히 무슨 날들이 많은 달이다. 

일찍이 하나님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가르치셨다. 우리는 부모의 은혜를 얼마나 기억하면서 살아갈까? 아마 공기 같아서 거의 의식하지 않고 살아간다고 함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네 부모도 공경하지 못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어찌 공경할 수 있겠느냐는 말씀을 많이 들었건만 들을 때뿐인 것은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제 부모가 가슴 시린 대상은 아닌 것 같아 어떤 면에서는 좋기도 하다. 그만큼 풍요로워졌다는 증거일 수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개인주의가 팽배하면서 가장 가깝고 밀착된 부모에 대한 정감조차 식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사람은 은혜를 아는 것이 동물과 다른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생각한다. 

부모님을 생각하고 공경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면 날을 정해서 기려야 할까? 역설적이지만 기막힌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연약하다. 이런 인위적인 수단을 통해서라도 우리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은 일이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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