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회, 나의 일생] 축소 시대가 달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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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그 무렵, 나는 CBS 재단 이사장으로 섬기고 있었다. 나는 요나서를 묵상하다가 ‘이 큰 폭풍을 만난 것은 나 때문이로소이다’라는 말씀에 사로잡혀 국민일보와 손을 잡고 「나부터」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분주한 목회 일정에 밀려 잠시 잊고 있었던 시민 운동 「나부터 캠페인」을 다시 붙들었다. 

지난 4월 29일 한국교회 섬김 센터 「드림하우스」에서 「나부터 캠페인」은 ‘축소 시대가 달려온다’라는 주제의 포럼을 가졌다. 이 주제를 붙들게 된 배경이 있다. 밀레니엄 21세기 문이 열린 지 24년, 다보스 포럼의 창시자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가 제 4차 산업혁명을 선언한 지 9년이 되었다. 아! 내 인생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최대 희망의 세계가 열리고 있구나 기대를 가졌었다. 그런데 희망은 고사하고 내 입에서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나훈아 씨의 노래가 비명처럼 터져 나왔다. 

위기 아닌 것이 없는 전방위적인 위기, 갈등 아닌 것이 없는 전방위적인 갈등 시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나라와 나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기업주와 노동자, 지역간, 종교간, 젊은이와 늙은이, 남자와 여자, 그 중 가장 심각한 갈등은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이었다. 누가 더 상대를 아프게 하는 결정적인 말을 하는가 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트럼프, 바이든, 시진핑, 푸틴, 김정은, 우리나라 여야 지도자들을 보라! 아! 테스형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왜 저래? 탄식이 터져 나온다. 건강한 가치관, 멋진 품성, 세계를 선도하는 선진 의식, 통합적 상식을 그 누구에게서도 느낄 수가 없다. 그동안 함께 손잡고 믿고 의지하던 기독교 국가 미국마저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극단적 이기주의, 자국 중심주의만 남아있어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 세계를 싸늘한 신냉전 체제로 줄을 세우고 있다.

지구 시민들은 우울증, 울분, 분노의 화염에 휩싸여 너도나도 분노 조절 장애인이 되어가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인간성이 이렇게도 급속하게 악해질 수 있단 말인가! 지금 우리 시대 가장 힘 있는 신은 ‘나’라는 신이다. 모든 가치, 판단, 중심은 오직 ‘나’이다. 내게 유익한 것이 선이다. 내 편은 무조건 옳다. 확증 편향 팬덤만 남아 있다. 온 지구는 너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제로섬 게임, 오징어 게임을 하고 있다.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었다. 제로섬 게임은 국가와 국가, 기업과 기업, 교회와 교회, 사람과 사람의 양극화, 계급화를 가져와 아령형 사회를 만들었다. 오늘의 계급화는 계급 이동, 계급 상승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끝이 나고 있다. 후진국에서 중진국을 지나 선진국에 들어서는 나라는 서구 외에 대한민국이 마지막이 되리라고들 한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나부터 캠페인」은 그 대답을 수축 사회, 축소 시대에서 찾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가진 포럼이 ‘축소 시대가 달려온다’이다. 아니, 축소 시대가 빛의 속도로 이미 우리 곁으로 달려왔다. 내가 태어날 무렵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내가 70년을 살아오는 동안 내일은 늘 희망이었다. 그래서 배고픔도, 고난도 이길 수가 있었다. 우리는 한미동맹, 시장 중심 경제의 경제 부흥을 통한 낙수 효과를 믿고 사는 신자유주의 신봉자였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시야를 넓히고 사고의 지평을 넓혀야 바른 판단, 바른 정책이 가능하다. 내 아이들은 역사 무대에서 내려올 때까지 어쩌면 축소 시대를 살며 수축 사회의 교회를 섬겨야 한다. 우리 시대 자녀는 나의 희망이었지만 우리 자녀에게 자녀는 그들 인생의 커다란 부담이요, 짐이다. 이런 축소 시대, 저출생 고령사회는 예정이 아니라 정해진 길이다. 이미 도래한 축소 시대, 한국 교회는 철저한 패러다임 시프트로 우리 사회, 한국 교회, 교단 그리고 가정과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류영모 목사

<한소망교회•제 106회 총회장•제 5회 한교총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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