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태어나면서
모습을 안고 와서
이름을 짓는다.
그러기에
모습마다엔
그의 그림자까지도
주인이 있다.
오래질 않아도
잠시 머물다가
일어선 자리에도
저마다의 모습이
그의 이름을 남기고
어디론가 떠난다.
빈 자리는
빈 공간이 아니라
그의 모습이 담긴 그릇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름으로 남아 말을 한다.
그들의 말 속에
그 모습은 살아나서
떠난 그 자리가 화젯거리를 만든다.
그리운 모습이
상처로 멍이 들고
때로는 화사하게 웃는 모습으로
그 자리를 또 다른 사연을 잇는
새로운 얘기로 모습을 그려낸다.
살아감의 뜨락에서
울고 웃는 숱한 모습들이
한갓 일상의 언저리에서
아쉽고 그리운 사연을
오늘도 엮는 순간이어라.
<시작(詩作) 노트>
사람은 저마다의 모습이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에 그 모습은 그의 이름으로 이어간다. 그 사람이 앉아있던 빈 자리에도 그는 떠났어도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저절로 그의 모습은 머리에 영상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인생론을 쓴 지혜의 왕 솔로몬은 전도서 7장 1절에서 “좋은 이름이 좋은 기름보다 낫고”라는 말을 남겼다. 이름은 그의 모습을 담고 있기에 그의 이름에 책임을 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살아생전 모습은 그의 실체로 말을 하지만 죽으면 그의 모습은 이름으로 모습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지만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김순권 목사
<증경총회장•경천교회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