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희 선교사] 영과 육이 구원받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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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겉으로 보기에 별 이상이 없어 보이는 젊은 부인이 홀로 찾아와 물었다.

“여기서 팔을 절단할 수 있습니까?”

“네, 가능은 합니다만….”

부인은 알았다고 하더니 그로부터 사흘 후 다시 찾아왔다.

“환자를 데리고 왔어요. 하지만 진료실 안으로 걸어 들어올 수는 없어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대기실로 나가보았더니 40대의 건장한 남자가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양쪽 발이 없었다. 무릎 위까지 절단되어 있었고 왼쪽 팔도 팔꿈치 위까지 이미 절단되어 있었다. 남아 있는 오른손마저 혈관병이 생겨 이미 세 개의 손가락이 까맣게 죽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환자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환자 자신과 부인은 병의 성격과 진행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고통을 견디다 못해 할 수 없이 남은 팔을 절단하러 온 것이었다. 나는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 되었다. 그 병을 잘 아는 터라 안타깝지만 절단 수술을 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환자가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일 때인데, 이번에는 그 부인이 배가 아프다고 했다. 진찰하니 하혈이 있는데, 자궁 외 임신이었다. 부인도 수술을 받고 부부가 모두 회복한 후에 퇴원했다.

이후 그 부부의 소식을 종종 듣곤 했는데, 여러 달이 지난 후 부인이 간암으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열 살 된 어린 딸이 음식을 차리고 아버지의 손발이 되어 시중을 들고 있다고 했다. 그 소식을 접한 나는 아내에게 부탁하여 자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보내주었고 종종 방문하여 그 분을 위해 기도해 주고 찬송을 부르며 함께 성경 말씀을 나누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내게 말했다.

“저도 교회에 데려가주세요.”

그를 데리고 처음 교회에 간 날, 교회의 권사님과 집사님들이 깜짝 놀라며 환영해주었다.

“아니, 이럴 수가 있어요? 우리가 저 분을 전도하려고 몇 차례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소리를 지르며 입에 담지 못할 온갖 욕설을 퍼부어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저 분이 교회에 나오다니요! 장로님, 대단하세요!”

그해 성탄절 무렵이었다. 누가 밖에서 나를 부른다기에 나가보니 그가 딸과 함께 택시를 타고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뒷자리에 앉은 그는 나를 쳐다보며 씩 웃어주었다. 

그 웃음은 세상 어떤 웃음보다도 값진 것이었다. 미움과 저주와 절망 가운데 비참한 세계에서 살다가,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의 공로를 힘입어 구원의 은혜를 받고, 기쁨과 감사와 평안의 세계로 들어선 사람의 고귀한 웃음이었다. 

내가 선교지로 출발하기 위해 병원을 정리할 무렵에 그가 또 택시를 타고 나를 찾아왔다. 오른쪽 다리의 절단한 부분이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도 알고 있었다. 나는 진통 제를 주사해주며 조심스레 말했다.

“지금 원호병원에 가시면 오른쪽 고관절 적출 수술을 하자고 할 것입니다. 그렇게 알고 가십시오.”

그것이 그를 본 마지막이었다. 그로 하여금 좀 더 일찍 풍성한 은혜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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