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4일 장로회신학대학교 개교 123주년 기념 예식과 함께 명예신학 박사 학위 수여식이 있었다. 장로회신학대학교는 123주년이 되기까지 40명의 인사들에게 명예신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고, 이번에 김동호 목사, 류영모 목사, 림형천 목사 세 사람에게 41호, 42호, 43호 학위를 수여했다.
명예박사 학위는 대학교나 학위를 수여하는 기관에서 직접 논문은 쓰지 않았지만 구태여 논문이 필요치 않을 만큼 뛰어난 공적과 삶으로 자국을 남긴 사람에게 그 명예를 존중히 여겨 수여하는 학위이다.
간혹 학교가 경제적 후원을 전제로 학위 장사를 하듯 그 학위에 걸맞는 뚜렷한 공적이나 삶이 분명치 않음에도 학위를 수여해 빈축을 사기도 한다. 특별히 신학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한 목회자가 아닌 평신도들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고자 할 때는 평신도와 공적에 알맞은 인문학, 문학, 사회복지학, 철학 등의 이름으로 학위를 수여함이 좋을 듯 싶다. 학문적 공적이 없는 평신도들에게 명예신학 박사학위를 수여할 때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얘기를 하고 있는 필자 자신이 이런 얘기를 논할 자격이 있는지 나 자신을 살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된다. 필자는 미국 리전트 대학교(Regent Univ.)에서 받은 목회학 박사 외에 4개 신학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물론 내 마음으로부터 원했던 바도 아니고 바라던 바도 결코 아니었지만, 그렇더라도 행여 내 안에 명예에 대한 탐욕이 있지는 않았을까 한없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필자는 지난 5월 14일 장로회신학대학교 123주년 기념 예식에서 네 번째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나는 1973년 장로회신학대학에 입학을 했으니 입학 후 50년이 지났다. 대학, 대학원, 신대원 그리고 공동학위과정까지 꼭 10년을 학생의 신분으로 광나루 언덕을 오르내렸다. 내 뼛속까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과 정신으로 가득차 있다. 우스갯소리로 누군가 나를 엑기스로 만들어 떨어뜨리면 “장!신!” 소리 지르고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핏속까지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와 장로회신학대학교의 중심에 서는 신학, 통전적 신학으로 꽉 차 있는 사람이 바로 ‘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대학교에서 신학의 기초를 故 김이태 교수님으로부터 배웠다. 신구약 66권을 보는 시각을 故 김규당 교수님으로부터 배웠다. 故 박창환 학장님으로부터 성서신학의 해석을, 故 이종성 학장님으로부터 통전적 신학의 틀거리를 익혔다. 이만하면 내 뺏속 핏속 가득히 통합 총회의 신학과 정신이 가득차 있다고 주장하는 내 말이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교단 안에서 교단 신학의 정체성을 알지 못하고 자투리 신학을 모아 교단 신학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가득할 때 필자는 교단 신학을 정리하는 책자들을 총회 이름으로 총회의 허락을 얻어 출간했다.
첫째, 복음과 에큐메니칼 신앙(대한 예수교장로회 PCK의 뿌리와 정체성), 둘째, 우리 신학의 뿌리와 줄기, 셋째, 공적 복음과 공공신학이 그것들이다.
이번에 필자가 사양하고 망설이다가 총장과 당국의 결의 과정을 거쳐 모교인 장로회신학대학에서 명예신학 박사 학위를 받은 감사와 기쁨은 참으로 크기만 하다. 지난 50년 찬바람 부는 세상과 목회 현장에서 걸어온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으니 어찌 감회가 없으랴! 모교는 어머니 학교라는 뜻이다. 내 어머니가, 우리 주님이 힘겨운 짐을 지고 걸어온 내 어깨를 토닥여 주는 따뜻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수고했다. 자랑스럽다. 남은 여정에서도 자랑이 되어 다오. 지금까지 지켜온 주의 종으로서의 명예를 잘 지켜다오” 말씀하시는 것만 같아 나의 행복한 웃음 속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내 인생 여정이 끝나는 날이 명예신학 박사가 탐욕이 아니라 내 주님 인정하시는 자랑의 면류관이 되기를 기도한다. 오늘 토닥여주시는 그 손길이 천국문 앞에서도 이어지길 바래본다.
류영모 목사
<한소망교회•제 106회 총회장•제 5회 한교총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