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정치의 연장을 폭력이라고 주장하였다. 권력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현상인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 권력은 폭력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국가 자체가 합법적인 폭력집단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중국을 공산당으로 통일한 모택동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라고 말하였다. 즉 폭력을 권력의 필수조건으로 본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권력은 그 형태가 다르다 할지라도 폭력을 등에 업고 성립되며 유지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폭력을 대놓고 정당화시키는 권력은 없다. 대부분의 국민은 폭력을 나쁜 것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민주사회에서는 적어도 겉으로만은 권력이 폭력을 배척하고 억압하는 모양새를 갖춘다. 그러므로 새로운 정권이 탄생할 때마다 폭력배 청산이 뒤따랐다. 그렇게 하여 민심을 산 다음에는 정권이 국민을 자기 입맛대로 몰아가게 된다. 그러나 어느 시점을 지나 국민이 국가의 명령을 거부하게 되면, 소위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합법적인 폭력을 사용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양쪽의 폭력이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 전쟁에서의 승자는 총을 가진 자가 아니라 민심을 얻은 자이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윤리가 발동하면서 총을 든 권력자는 독재자로 낙인찍히고 몰락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황제의 권력에 대한 프랑스혁명이고, 제정 러시아에 대한 공산주의 혁명이고, 자유당 정권에 대한 4.19 혁명이다.
그러나 이런 민주사회가 공산주의 사회로 바뀌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대 세력을 제거하는 절대권력이 된다. 오늘날 권력을 쥔 사람들이 견제 세력을 없애고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누구도 지적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림으로써, 자신이나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경우가 있다. 권력을 한 번 손에 쥐면 그를 둘러싼 집단은 절대권력을 지향하다가 망하는 길로 들어선다.
영국의 정치인 겸 역사가인 액턴 경(John Dalberg-Acton, 1834-1902)이 말한 “절대권력은 절대 망한다”는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권력은 부패하기 쉬우므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뜻이다. 절대권력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길은 권력을 견제할 목소리를 곁에 두는 것이다. 나단을 곁에 둔 다윗은 그래서 부패하지 않았다. 다윗 같은 권력자가 그리워지는 시대이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