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리더] 가정의 달에 생각하는 사라져 가는 가정

Google+ LinkedIn Katalk +

‘어머니 마음’은 1930년대에 작곡된 한국의 가곡이다. 양주동의 시에 감동한 이흥렬이 곡을 지었다. 3절로 되어 있으며, 어버이날에 자주 불린다. 필자는 이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부를 때마다 코끝이 찡하여 목이 메이고 눈물이 글썽거려 1절까지 겨우 부르고 2절 이후로는 거의 부른 기억이 없다. 여러해 전 노인대학 특강을 부탁받고 특강 말미에 어머니 마음을 불렀는데 3절까지 부르려다 역시 1절까지 겨우 부른 적이 있다. 시인이 쓴 가사내용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찡하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필자는 5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장애인이 되었지만 차별을 받은 적이 없고 오히려 특혜만 받은 기억뿐이다. 그 후에 삶의 여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돌아보면 나는 주위의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았고 마음의 빚을 지고 살아온 것이다. IMF가 오던 해인 1997년 나이 마흔 되던 해에 동갑내기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다. 결혼 전 어머님이 뇌경색으로 몸이 불편하셔서 시내서 신혼생활 하던 우리는 매주 주말을 시골 부모님 댁에서 지냈다. 아내는 목욕물을 데워 목욕시키는 등 간병을 5년 넘게 묵묵히 했다. 생각하면 내가 할 일을 대신 했던 셈이다. 

빠르게 진행된 ‘저출산 고령화’와 준비부족으로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1인가구, 2인가구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고령화의 속도가 어느 선진국보다도 빠르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에서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고 했다.

‘가정이 사라진다’고들 한다. 미래학자들도 21세기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가정에서 일어날 것이라 예측했었다. 일본에서 아기용 기저귀보다 성인용 기저귀가 더 많이 팔리고 있다는 뉴스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이웃나라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급속도로 가족간의 유대관계를 중시하는 전통적 가치관이 무너져 자식에게 기댈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 노인들의 삶은 고달프다. OECD 평균보다 높은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의 통계현실이 증명한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인구 중 추정 치매환자 수는 무려 100만 명에 달하고 이들을 돌보는 배우자, 자녀 등 치매환자 가족 수는 무려 3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이미 600만 명의 치매환자가 있는 ‘치매대국’이다.

성경 창세기에 보면 ‘야곱이 바로에게 고하되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니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라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 쉬지 못하고 일하면서 빈곤에 시달리다가 결국 못 견디고 줄줄이 자살하는 노인들이 누구인가? 우리나라 노인세대는 전 생애를 통해 사회·역사적인 혼란을 경험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고 가족과 국가경제를 위해 희생해온 세대다. 노인세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과 보릿고개를 겪어 왔다. 굴곡진 삶을 헤치고 걸어온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 부모님들이 건너온 세월의 강이다. 

장수하는 것이 재앙이 아닌 축복이려면 건강해야 하고 경제적 문제가 없어야 가능하다. 은퇴 후에도 노후 준비부족, 경제적 문제로 노동을 계속해야 하고, 오랜 노동은 건강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미래에는 자신이 자신을 돌볼 준비를 해야 하는 ‘셀프 부양’ 나아가 ‘셀프 요양’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부양도 각자도생 시대에 ‘효도계약서’가 유행이라고 한다.

조상인 장로 (안동 지내교회)

·고암경제교육연구소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