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가 정답게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꽤 자주 보게 되는 요즘 거리 풍경이 이젠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것 같다. 자세히 보면 둘 중 하나가 부축받아 걷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령화 시대가 되기 전에는 흔치 않은 광경이다. 노인들이 많지도 않은 데다 거리에서 노년의 남녀가 손을 잡고 걷는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이제는 100세 시대다. 부부란 긴 설명 필요 없이 바로 저런 것이 전부라고 보면 정답에 가까운 것 아닌가 모르겠다. 삶의 단위가 가족이고 그 단초가 부부일진대 부부처럼 소중한 관계가 우리 인간관계에서 무엇이 있을까? 부모자식관계가 더 밀착된 것이고 중요하지만 그것은 핏줄을 나눈 혈육이라 그 관계는 천륜에 속하는 초월적인 것이다. 하지만 부부는 생판 남남이 정이라는 것으로 맺어진 인연이라 쉽고도 어려운 관계가 아닌가 한다.
그래서 성경은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눌 수 없다고 가르치신다. 혼인을 어떤 종교의식으로 하든 간에 모두 하늘에 고한다로 귀결된다. 하늘의 뜻 즉 절대자의 뜻이 아니고는 이룰 수도 깰 수도 없는 지엄한 것임을 선포하고 확인하는 의식이 혼인식이다. 이런 부부가 예전에는 어떤 난관이 있어도 참고 견디며 유지해 왔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하면서 정비례라도 하듯이 그 성스러운 관계가 위협받기 시작했다.
부부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계몽하는 차원에서 여러 정책들을 펴기 시작하는데 그중 하나가 부부의 날이라는 것을 제정하여 행사 등을 하면서 부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도 2007년에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해서 법정 기념일로 지키고 있다. 2가 1이 되는(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의미의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가정의 달 5월의 21일을 낙점했다는 것이다.
성장기를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만나 함께 생활하면서 이해공동체를 이루어 나가야 하는 부부, 얼마나 어려운 관계인가? 그런데 우리는 가장 쉬운 관계로 생각하니 하루가 멀다하고 다투며 사는 게 부부로 인식될 정도이다. 가깝고 허물이 없으니 상대방의 단점을 가감 없이 지적하고 고치려 하다가 잦은 싸움을 일상으로 해가며 사는 것은 아닌지. 상대의 단점에는 눈 감아주고 장점을 찾아 칭찬하는 일상으로 부부관계를 회복해 가며 살아보면 좋겠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