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낮에 뭐 잘못 잡수신 게 아니에요?” “내가? 아니야 잘못 먹은 게 없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숨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면서도 내일 모레면 70이 되는 나이니까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다 치더라도 숨쉬기가 너무나도 괴로웠다.
“왜 그래 창수? 왜 기분이라도 언짢은가?”
“언짢긴! 내가 어째서?”
“왜 땅맞은 고기처럼 비실대냐구.”
“땅맞은 고기?”
창수는 희죽 웃었다. 큰 쇠뭉치를 공중 높이 들어 올렸다가 내리치면 돌이 으스러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물이 튄다. 그러면 돌 밑에 숨어있던 고기가 정신을 잃고 비실대며 맴돈다.
‘내가 땅맞은 고기 같다고?’
창수는 가슴을 불쑥 내밀고 크게 숨을 들이켰다.
“임마! 내 나이가 돼 봐!”
“웃기고 있네!”
창수는 애들처럼 웃어댔다. 그러자 한 달 늦은 민섭이도 큰소리로 웃었다. 그래도 숨쉬기가 어려운건 여전했다.
“거 참 별일이네. 며칠을 뒤를 보지 않았다고 해서 이렇게 숨이 차다니?”
창수는 급하게 병원 문으로 들어가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병원 안은 언제나 그렇듯이 사람들이 많았다. 우선 내과에다 접수를 하고 차례를 기다렸다.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한결같이 어두워 보였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보기보다는 상냥하게 묻는 의사에게 창수는 웃으면서 부끄러운 듯이 대답을 했다.
“며칠 동안 변비로 뒤를 보지 못했더니 숨이 몹시 차서요.”
“그래요?”
의사는 머리를 갸웃하면서 창수의 손목을 짚었다. 몇 번이나 다시 잡았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창수는 남의 일처럼 물었다. 그러나 의사는 듣지를 못한 사람처럼 무엇인가를 간호사에게 지시를 하고 전화를 걸었다. 창수는 더욱 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다른 의사가 들어와 기록된 차트를 보고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서울에 다니시는 큰 병원이 있으십니까?”
“그건 왜요?”
창수는 슬그머니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지금 심장이 아주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예? 제가요? 아닌데요. 저는 화장실에 자주 가지를 못한 것뿐인데요.”
“선생님! 이렇게 말할 시간이 없습니다. 서울에 다니는 큰 병원이 있으세요?”
“당뇨 때문에 서울대학병원에 다니고 있어요.”
“됐습니다. 너무 걱정하시지 마십시오.”
이 한마디로 마치 방공훈련처럼 상황이 급변했다.
“우리집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복도에서.”
“걱정하지 마세요. 차에 계세요.”
어느새 대기를 시켜 놓았는지 앰뷸런스가 기다리고 있고 그 안에 수심에 찬 아내의 얼굴이 있었다.
“아니 내 심장이 어떻다는 거야? 난 변비 때문에 왔는데.”
“하라는 대로 가만히 계세요. 의사선생님이 어련히 알아서 하실라구요.”
“내 차는 어떻게?”
“병원 주차장에 있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원익환 장로
<남가좌교회 은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