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부단한 개혁과 도전

Google+ LinkedIn Katalk +

이상적인 나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상국가(理想國家)가 어떤 형태의 국가인가에 관해서는 역사적으로 많은 논쟁이 되어 왔다. 

2천500여 년 전 플라톤은 ‘국가론’(The Republic)에서 철인(哲人)이 통치하는 국가를 이상국가로 보았다.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The Politics)에서 자연법적인 합리적 국가를 이상국가로 보았다. 서양 중세 일천 년 동안 기독교 세력이 서구 세계를 지배할 때는 신국(神國, The City of God)을 이상국가로 보았다. 봉건주의 체제와 군주의 절대주의 체제의 청산을 위해 대두한 프랑스혁명 때에는 자유・평등・박애를 주축으로 하는 이신론(理神論, deism)의 사상이 대두했다. 하지만 칸트(I. Kant)는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순수 이성을, 헤겔(G. W. F. Hegel)은 자유를 강조하는 현실적 이성국가(理性國家) 건설을 강조했다. 엥겔스(F. Engels)와 마르크스(K. Marx)는 1848년 공산당 선언과 더불어 마르크시즘적 공산국가(共産國家) 건설을 강조했다. 이처럼 자유를 강조하는 헤겔리즘(Hegelism)과 평등을 강조하는 마르크시즘(Marxism)은 프랑스혁명 이후 극명하게 대립하게 되었다. 특히 마르크시즘은 제2차 대전 후 빈부격차와 사회적 부조리가 많은 국가에 들풀처럼 퍼져나갔다. 반세기에 걸친 미・소 냉전 체제를 거치면서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이 붕괴되고 이어서 동구권 국가들이 공산이념에서 탈피하기 시작하고 중국도 덩샤오핑(鄧小平)이 등장하면서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수정공산주의 국가를 지향하게 되었다. 

영국의 런던대학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 교수는 좌와 우를 넘어 가장 합리적인 제3의 길(The Third Way)을 주장했다. 성경에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네 발을 악에서 떠나게 하라”(잠 4:27)고 했다.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사물을 보게 되면 객관적 진실성을 상실하게 된다.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게 된다. 특히 좌와 우를 보는 이념이 진영 논리에 입각하면 엄청난 독선과 편견이 만들어지게 된다. 따라서 똑같은 역사적 사실을 자유민주주의 시각에서 보느냐 사회민주주의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역사적 진실이 달라질 수 있다.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랑케는 “역사는 본래 어떻게 있었든가?”(Wie es eigentrich gewesen ist?) 라고 하면서 진실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고 했다.

인류 역사는 진실과 거짓, 선과 악, 빛과 어둠과의 투쟁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 등 어떤 이념도 완전무결한 이념은 없다. 어느 이념이든지 시간이 흐르면서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헤겔의 정반합(正反合, These・Antithese・Synthese)의 순환론적 역사 발전관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10일 국회의원을 뽑는 제22대 총선에서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고, 여당 국민의힘이 참패했다. 여당이 참패한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 지도자들이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개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데에 근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초심으로 돌아가 열린 사고로 적절한 정책을 합리적으로 국정을 수행했더라면 그처럼 참패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혁은 사활의 문제다. 집권당은 이번 총선 참패를 교훈 삼아 더욱 심기일전해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개혁을 과감히 수행하면서 이상적인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부단히 도전한다면, 집권자들에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이 나라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