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덕으로 위기를 넘기기도 하고 별 탈 없이 잘 살아가기도 하건만 그것을 기억하거나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아주 크게는 하나님의 은혜에 무신경한 것이고, 다음에는 부모님의 은공을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이 살아가게 된다. 이 막중한 일은 마치 공기 같아서 의식하지 못한다고들 해석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나라라는 커다란 울타리에 대한 은혜인데 이 경우는 거의 불모지대에 속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나라를 위해 몸 바쳐 지켜낸 분들이 있기에 우리는 편안히 삶의 터전을 보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른들이나 나라의 은혜를 평소에 생각하고 사는 사람은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에 나라는 기간이나 날을 정해서 그분들을 기리고 여러 가지 보훈 정책으로 그 은혜에 대한 작은 보은이라도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6월을 현충 보훈의 달이라는 정신으로 지키고 6월 6일을 현충일로 정해서 그 위덕을 기리고 은혜에 보답하는 여러 행사를 벌인다. 국민들의 마음을 보은으로 한데 모아 고개 숙여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에 예를 올린다.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가족이 그분들께도 있었음을 기억하고 남겨진 분들께 정성과 예를 다 하며 보은하며 모셔야 하는 것은 은혜받은 사람들의 의무이다.
우리의 그런 마음을 헤아려 6월의 꽃은 모두 하얗게 피는 것 같다고 한 문인의 글이 가슴을 후빈다. 시인 모윤숙은 그의 명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에서 그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육군 소위였다고 쓰고 그에게도 어린 누이와 예쁜 소녀가 있었노라고 흐느끼듯 써내려간다.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가족이 그분들에게도 분명 있을지니 우리는 그분들이 남기고 간 가족들을 성의껏 보살펴야 할 인간적 의무가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현충원에 들어서서 무명용사탑 앞에 서면 온몸에 성스러운 소름이 돋는다. ‘오소소’하면서 장엄한 어떤 힘에 눌리는 것 같은 이 압도감은 어디서 연원하는 것일까? 저 수많은 이름들이 오늘도 두 눈 부릅뜨고 이 산하를 지켜주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지며 고개숙여 흐느낌을 삼키고 돌아 나온다. 하나님 이 나라를 지켜주시고 은혜를 아는 백성 되게 하옵소서. 6.25 한국전쟁 때 하나님의 역사와 베푸신 기적을 기억하고 전하게 하옵소서.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