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료가 문제지. 내가 이 병원에 있는 것도 아닌데…”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요.”
창수는 아내 말에 눈웃음으로 답했다. 위급해서 서울대병원으로 급히 가야 한다는데 주차문제를 운운한다니 그 자체가 아내로서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지만 여기에다 당사자가 남의 말하듯 딴청을 하고 있으니 하기야 겁에 질려 떠보는 것보다는 다행이다 싶어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었다.
서울대학교병원도 상황은 같았다. 미리 연락이 있었는지 절차와 진찰을 한꺼번에 하면서 매사가 급하게 진행되었다. 의사가 들어왔다. 사태가 급해서 수술을 해야 하겠다며 그 까닭을 설명했다.
“선생님! 전 숨이 차는 것뿐인데요.”
“맥박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게 변비 때문이 아닌가요?”
의사가 딱하다는 표정으로 잠시 창수를 지켜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선생님 연세로서는 보통 맥박이 60에서 70이 정상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요. 지금 선생님은 30밖에 되지를 않습니다. 선생님이 직접 모니터를 보시지 않았습니까? 지금 선생님 심장은 몹시 힘이 딸리고 있는 것입니다.”
“왜요?”
“글쎄요.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그래서 보조박동기를 달아서 선생님 심장을 도와야하겠다는 말씀입니다.”
“심장을 수술한다고요?”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지금은 의술이 발달해서 훌륭하게 잘 할 수가 있습니다. 선생님 빨리 결심을 하셔야 합니다.”
의사가 나갔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아내가 수심에 찬 얼굴로 들어왔다.
“저보고 당신 수술하는 데에 동의를 한다는 도장을 찍으라는데 어떻게 해요?”
“여봐? 이게 병원에 겁을 주려는 게 아니야? 그렇게까지 안해도 되는 걸 크게 확대하려는 게 아니냐구?”
“……”
“난 단지 숨이 좀 답답한 것뿐이야. 그냥 관장만 해도 될 것 같은데 심장을 수술하자니 이게 도대체 무슨 날벼락이람!”
“저도 그런 생각이 들긴 하는데요. 그렇지만 기계에서는 정확하게 맥박이 30으로 나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렇다면 만일에 일이 잘못된다면… 아니 내가 겁이 나서 하는 말이 아니라 사람의 일은 모른다구. 그런 경우까지도 생각을 해야지 안그래 여보?”
“무슨 그런 얘기를 해요!”
아내는 눈을 흘기며 소리를 높였다. 심장이 멎으면 생명은 끝난다. 21세기 첨단 시대에 목숨에 대해선 아직도 기원전이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보!”
“네?”
“어쩔 수 없지! 예로부터 인명은 재천이라 하지 않소? 별 수가 없지 맡기는 길밖에!”
“며느리가 말하는 하나님께요?”
“그렇지! 그전부터 애국가로 불렀지.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고,”
두 사람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교회에 나오시라고 졸라대던 며느리의 얼굴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있었다.
원익환 장로
<남가좌교회 은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