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과 한국교회] 우리나라에 친근하게 다가오는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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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헌신한 선교사들, 귀국하면 거처가 없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표기할 때도 이슬람과 마찬가지로 알라라는 명칭을 함께 사용한다. 반면 동일 언어권이자 이슬람교를 국교로 지정한 말레이시아는 정부 지침을 통해 기독교 출판물에서 알라라는 단어 사용을 금지해 왔다. 하지만 2021년 말레이시아 대법원에서 이 지침이 위헌이라 판단하면서 기독교 출판물에서도 하나님을 알라로 칭할 수 있게 됐다. 과거 우리나라의 농촌에서 농활에 갔을 때 천지신명에게 기도를 드리는데 바로 그분이 하나님이시라고 전도하여 접촉점을 만든 것처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성경에 알라라는 명칭을 통하여 이슬람교도에게 기독교가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 

2024년부터 인도네시아 정부가 기독교의 메시아인 예수에 대한 명칭을 이슬람식 표현인 이사 알 마시(Isa Al-Masih)에서 기독교인들이 사용하는 ‘예수스 크리스투스’(예수 그리스도·Yesus Kristus)로 바꾸었다. 이것은 2023년 9월에 인도네시아 인적자원개발·문화 조정부가 2024년도 공휴일을 확정하면서 기독교 명절인 성금요일과 예수 승천일의 이름을 교체한 것에 따른 것이다. 성금요일을 인도네시아는 와팟냐 이사 알 마시(Wafatnya Isa Al-Masih)라 불렀다. 이사 알 마시의 죽음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2024년부터 와팟냐 예수스 크리스투스로 바꾸었다. 또 부활하신 예수의 승천일도 크나이칸 이사 알 마시(Kenaikan Isa Al-Masih·이사 알 마시 승천)에서 크나이칸 예수스 크리스투스로 바꾸었다. 

이슬람 문화가 강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금까지 예수의 호칭을 이슬람 경전 쿠란에서 예수를 부르는 이사 알 마시로 표기해 왔다. 이사는 예수를 지칭하고, 알 마시는 선지자라는 의미다. 하지만 기독교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이사 알 마시 대신에 예수스 크리스투스로 바꿔 달라고 주장해 왔다. 마침내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공휴일 명칭부터 바꾸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국민의 다수가 무슬림이지만, 이슬람교를 국교로 지정하지는 않고 있으며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힌두교 등 다른 종교도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종 이슬람교 명절 외에도 다른 종교들의 기념일들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는 아주 종교혼합주의적인 국가이다. 이와 관련해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기독교의 입장을 받아들여 공식 명칭을 바꾼다는 것은 종교다원주의를 어느 나라보다 강하게 보이는 인도네시아의 다양성 속에서 통합을 추구하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관용 정책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우리가 쓰는 말 중에 인도네시아 말이 제법 있다. 예를 들면, 동물원에 가면 있는 오랑우탄은 인도네시아 말이다. 오랑은 사람이란 뜻이고 우탄은 숲이라는 말이다. 즉 오랑우탄은 숲의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리에게 가구로 친숙한 보르네오는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섬의 또 다른 명칭이다. 이렇게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를 전해준 인도네시아가 기독교 명절도 우리가 원하는 식으로 바꾸어 준 것은 많은 한국인 선교사의 숨은 노력이 빚어낸 결과이다. 

그러나 지금도 묵묵하게 인도네시아에서 평생 땀을 흘린 선교사들이 정년이 되어 귀국하면 노후를 의지할 거처가 마땅치 않다. 한국교회는 관용의 정신으로 은퇴 선교사들에게 따뜻한 거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소기천 박사

<장신대 은퇴교수, 한국교회정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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