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지역사회에 예수의 발자취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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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지리산 목회를 해 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에 하나는 산청군기독교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할 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산청군기독교연합회에서는 부활절 홍보물 설치나 성탄트리 점등식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필자는 산청군 기독교연합회 회장이 되기 전부터 기독교연합회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있었다.

사월초파일이면 거리마다 넘쳐나는 연등 장식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불교 행사라면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기독교 행사에 대해서는 전혀 지원이 없었다. 적어도 부활절이나 성탄절 같은 공식적인 기독교 행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청군에서는 기독교의 존재조차도 보여줄 수가 없었던 것이 너무 속이 상했다.

필자는 산청군 관내에 있는 교회와 목회자들을 찾아다니며 기독교 행사를 공식적으로 정례화시키기 위한 기도회를 시작했다. 우선 기독교 행사가 모든 군민들에게 흥행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로 했다. 처음 시작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군에서 나오는 보조금도 매우 적었다. 그러나 크고 작은 모든 교회들이 힘을 모아 헌금을 해서 처음으로 애드벌룬을 이용한 부활절 홍보물을 하늘 높이 띄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서 그해 겨울에는 성탄트리 점등식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군에서 마련해 준 좁은 공간에 성탄트리를 설치하기 위해서 용접 기술이나 전기 기술을 가진 목회자들이 힘을 모았다. 구조물을 만들고 세우는 일을 목회자들이 손수 해냈다. 행정적으로 필요한 서류들도 스스로 준비하면서 행정기관과의 유대도 점점 좋아졌다. 마침 군의회 의원 중에 장로님이 계셔서 일이 매우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그렇게 해서 진눈깨비가 내리는 11월 마지막 주에 군수를 비롯한 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첫 번째 성탄트리 점등식을 거행하게 되었다.

성철 생가가 있는 산청군에서는 모든 행사들이 불교 일색이었다. 필자는 한방약초축제 조직위원회를 찾아가서 산청군기독교연합회에서 주관하는 행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오랜 요구 끝에 ‘쎄시봉 윤형주와 함께하는 음악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윤형주 장로를 초청하여 산청한방약초축제 특설 무대에서 장장 2시간 동안 간증집회를 열 수 있었다. 산청군에서 500만 원을 지원 받고, 자체 모금을 통해서 모두 1천150만 원의 예산이 집행된 큰 행사였다.

그동안 불교에는 우호적이고 기독교에 대해서는 인색하다는 불평만 늘어놓았을 뿐, 그 누구도 발 벗고 나서서 일할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필자는 여러 활동으로 친분이 있는 교육장과 경찰서장, 군수 등을 찾아다니면서 성공적인 산청한방약초축제를 위해서 우리 기독교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시켰고, 그들을 설득해서 예산을 편성하게 된 것이었다. 구하면 주실 것이고, 찾으면 얻을 것이며, 문을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는 성경 말씀을 있는 그대로 실천한 것뿐이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기도해서 얻어낸 결과물이었다. 그것이 떳떳하게 우리의 몫을 받아낸 첫 사례가 되었다.

조한우 목사

<형곡반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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